매일신문

[기고] 남북은 급박한 대결 속에서도 통일 협상의 흐름을 이어갔다

김 병 욱 북한학박사·동국대학교 대학원 대우교수

김 병 욱 북한학박사 동국대학교대학원 대우교수
김 병 욱 북한학박사 동국대학교대학원 대우교수

북한에서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조선로동당대회는 북한의 전반적인 정책 기조가 공식적으로 승인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당대회를 통한 행간들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김정은 집권기에는 1980년 6차 당대회 이후 36년 만인 2016년 7차 당대회가 개최되었고, 5년 주기 당 규약에 따라 2021년 8차 당대회가 열렸다. 7차 당대회에서는 '통일'을 총 144회 언급했으며 '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을 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36년 만에 열리는 당대회라는 점과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출범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했음에도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김정은은 자신만의 새로운 통일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유추해 봤을 때 김정은의 통일 방안은 김일성이 제시하고 김정일이 정립한 기존의 통일 방안을 계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우리가 기대했던 비핵화, 새로운 통일 방안,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내용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8차 당대회에서는 남북 관계 개선으로 통일을 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던 지난 당대회의 통일 방안과는 달리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던 점을 비춰봤을 때 앞으로의 대남 관계를 충분히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으로 이어졌다.

이를테면 북한이 최근 새해 벽두 5일부터 사흘 연속 서북도서 지역에서 총 350발 이상의 포격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백령도, 연평도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북한이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달 김정은이 당 전원회의에서 "남조선 전 영토 평정을 위한 대사변을 준비하라"라고 지시 내린 것과 "남북은 동족 아닌 교전 관계…통일은 불가"와 관련하여 남북 관계를 '동족 관계'에서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짓고, 대한민국과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히며 대남 도발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새해 1월 초부터 한반도에서 남북의 긴장 관계는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진 만큼 여전히 국제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실험, 군사정찰위성 발사 등을 계속 진행하면서 국제사회와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러한 도발 행위는 한반도의 안정과 국제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남한과 미국은 군사 훈련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등 대응을 취하고 있지만, 북한은 대남 도발로 남한 사회에 부담을 줌으로써 존재를 과시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이 바라는 이러한 행태의 결과를 예측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있고, 미국에서는 11월 대선이 있는 시기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러한 주요 정치 일정을 겨냥한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면 우리 사회에 남남(南南) 갈등을 부추겨 대남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따라서 북한의 도발 목적은 군사적 전과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안보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고 남한 사회에 정치적 심리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임을 간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러한 권모술수에 대응하면서 냉정함을 유지해 북한이 바라는 노림수에 말려들지 말아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날 급박했던 남북한 대결 상황 속에서도 통일 협상의 흐름을 이어갔듯이 채찍을 지향하고 당근을 겸비해서 튼튼한 안보 위에 긴 안목으로 북한과 대화의 창구를 개설하고 평화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오롯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열린 공간에서 국제사회와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북한이 대화의 창구로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듦과 동시에 안보 강화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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