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K 인재 24%, 직원 절반 나홀로족…김천은 아직도 '유령도시' [대구경북 혁신도시 10년]

가족동반 이주율 53% 턱걸이, 주말엔 여전히 유령도시…계획인구 달성률도 여전히 88.4%
보육·교육시설 30여 곳, 의료기관 16곳이 인구 2만명 감당 '태부족'
입주기업, 전문가들 "이전 공공기관 연계해 도시 주력산업 형성해야" 주문

경북 김천혁신도시(경북드림밸리) 전경. 매일신문 DB
경북 김천혁신도시(경북드림밸리) 전경. 매일신문 DB

공공기관 이전 10년을 맞은 경북 김천 혁신도시(경북드림밸리)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인구 증가 효과를 기대했으나 저조한 가족 단위 이주율로 여전히 '유령도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의료시설이나 산업용지 입주기업 숫자도 다른 지역 혁신도시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주인구와 지역 산업 체급을 키우려면 1차 및 2차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산업을 끈끈히 연계할 동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나 홀로 혁신도시

10일 경북도에 따르면 경북드림밸리는 지난 2007년 9월 첫 삽을 뜬 뒤 2014년 1단계 기반공사를 마치고 한국도로공사 등 4개 공공기관을 옮겨받았다. 이후 2016년까지 마무리공사를 해 한국전력기술 등 모두 12개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했다.

도로교통 분야로 ▷한국도로공사(국토교통부) ▷한국건설관리공사(조만간 국토안전관리원에 합병) ▷교통안전공단 등 3곳, 농업지원 분야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농림축산검역본부 ▷국립종자원 등 3곳이 각각 들어섰다.

이 밖에 ▷한국전력기술 ▷조달품질원·교육원 ▷우정사업조달센터(우체국 건설, 우표 보급)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출소자 사회적응 지원) ▷대한법률구조공단(무료법률상담, 민·형사·행정소송 대리) ▷기상청 기상통신소 등 6곳이 이전했다.

문제는 12개 이전 기관에 비해 도시 인구 형성이 여전히 더디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기관의 가족동반 이주율이 지난해 연말 평균 53.5%(미혼·독신 포함)에 그친다. 도시 평균연령이 36.7세로 젊은 데도 직원 과반이 혼자 살거나 주말부부 생활을 하는 등 직장 주변에 정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직원이 한자리 수인 기상통신소만 가족동반 이주율 100%를 기록했다. 다른 기관은 65%를 채 못 넘기고 있다. 특히 서울 서초구에서 옮겨온 건설관리공사(33.3%)와 법률구조공단(35.2%)은 지역 정착률이 바닥을 친다.

이런 영향으로 경북드림밸리의 계획인구 달성률은 지난해 말 88.4%(계획인구 2만6천715명, 현재 인구 2만3천627명)에 그쳤다.

이런 탓에 상권도 불안정하다.

경북드림밸리 내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공기업 직원 상당수가 주말마다 가족이 사는 서울 등 외지로 떠나니 평일 장사만 생각하고 상가를 임차하는 사업자가 거의 없다. 큰맘먹고 개업한 이들이 머잖아 휴·폐업하는 상황이 10년 째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나마 주택과 공공청사 등 주거편의 시설은 대체로 모양새를 갖췄다.

공동주택은 공급계획 9천630가구 가운데 8천513가구(88.4%)가 준공했다. 주민센터와 경찰서·파출소, 산학연유치지원센터, 119안전센터, 우체국, 복합혁신센터 등 공공청사는 물론 금융기관과 식자재마트 등 편의시설도 500여 곳 들어섰다.

다만 보육(어린이집 27곳, 김천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및 교육(유치원 6곳, 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1곳)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명문 공립고로 꼽히는 김천중앙고가 올해 이전 개교하면서 부족한 교육 인프라에 숨통은 틔웠다.

의료시설도 태부족이다. 1차 의료기관 16곳과 약국 5곳이 2만여 인구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준공한 200병상 규모 대형 병원 '김천혁신 율곡병원'은 아직까지 개원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지역 기여도 '글쎄'

해마다 반복되는 '지역 기여도' 지적도 이어진다.

경북드림밸리 이전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률은 2016년 이후 전체 평균 24.2%에 그치고 있다. 연도별로 봐도 가장 높을 때가 평균 37%(2021년)로 아쉬움을 낳고 있다.

특히 대한법률구조공단 경우 7.9%로 가장 낮은 지역인재 채용률을 보였다. 이곳은 2016, 2017년에는 각각 9.1%(33명 중 3명), 6.7%(30명 중 2명) 채용에 그쳤다.

이전공공기관이 펼치는 지역 상생 사업도 미흡한 수준이다. 한국전력기술(상생사업 30개)과 교통안전공단(19개), 한국도로공사(17개)가 각각 중소기업 에너지효율화 지원, 청년 스타트업·취업 지원, 튜닝카 성능·안전 시험센터 건립, 드론 실기시험장 구축, 스마트 물류시설 구축, 지역 대학 창업동아리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친다.

다른 기관 경우 이웃 대상 봉사활동이나 청사 시설 개방·관람 위주로 기관별 1~6개 상생사업에 그치고 있다.

◆기업 입주율 전국 꼴찌

경북드림밸리 일대 기업 입주율은 전국에서도 최하점을 받고 있다.

이곳 기업들은 이전 공공기관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식으로 지역 주력산업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공공기관의 낙수효과가 지역 산업에 뿌려지면 도시 활력도 커지고 정주인구도 늘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경북드림밸리 토지분양 현황에 다르면 산업용지인 산학연클러스터(전체 용지면적 30만7천376㎡) 입주 기업은 100개 사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전체 입주기업 2천여 개의 5% 수준에 불과하다. 입주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500여 개 사가 입주한 경남혁신도시로 알려졌다.

이는 경북드림밸리 내 이전공공기관용지와 공동주택용지, 단독주택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 상업복합용지, 교육용지 등이 모두 100% 가까이 분양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클러스터 외부에 자리잡은 8개 사까지 더하면 지난 10년 간 모두 108개 사(1천259명 고용)가 김천 혁신도시에 입주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 54곳으로 가장 많고, 이어 ▷30인 미만 소기업 48곳 ▷30~299인 중소기업 6곳으로 나타났다. 300인 이상 중견·대기업은 전무하다.

◆혁신도시 대표산업 육성해야

산업연구원은 2022년 발행한 '혁신도시성과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를 중심으로 혁신도시 대표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와 김천시, 이전 공공기관들은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경북 혁신도시 발전계획 핵심사업'을 펼치기로 뜻을 모았다. 산업·정주·상생 확대가 목표다.

특히 산업 관련으로 ▷농생명바이오클러스터 구축 ▷자율자동차 및 데이터 산업생태계 구축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산업 혁신거점 조성 ▷신재생 융복함 혁신거점 조성 ▷산학연 캠퍼스 조성 ▷지역인재 인턴식 프로그램 개발 등 경제 동력을 키울 사업이 눈에 띈다.

동시에 ▷지역선도대학 육성사업 연계 활성화 ▷지역 고등학교 우수인재 양성 프로그램 ▷혁신인재 커넥트 프로그램 구축 등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프로젝트도 펼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혁신도시 입주 기업들은 "경북드림밸리는 교통·농업·전력 등 이전 공공기관 연관산업과 혁신도시 대표산업 간 관련성이 그리 높지 않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이전 때 지역 필수 산업에 보탬이 될 기관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공공기관들과 경북도·김천시의 국책사업을 연계해 지역 대표산업 브랜드를 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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