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사또 재판’ 할 수 없어 사표 냈다는 강규태 판사의 억지 변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6개월 안에 1심을 선고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무시하며 16개월을 끌다 사표를 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 강규태 부장판사가 사표 제출에 대해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사또 재판'을 할 수 없어서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강 판사와 서강대 법학과 입학 동기인 최진녕 변호사에 따르면, 강 판사는 서강대 법학과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메시지에서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인지 참 원"이라고 했다고 한다. 헛웃음이 저절로 나온다. '사또 재판'은 판사 역할을 해야 하는 고을 수령이 검사 역할까지 겸해 다짜고짜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윽박지르는 조선시대 재판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 헌법은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독립적으로 심판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증인이 50명이나 되는 사건' 운운은 더욱 기가 막힌다. 증인이 너무 많아 심리가 어렵다는 무능 아니면 증인들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가려야 하는, 판사로서 기본적인 고민도 하기 싫다는 게으름의 실토인가? 강 판사는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하다'고도 했다. '재판 고의 지연'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지역감정에 편승한 비난으로 매도하는 역(逆)지역감정 편승이다. 재판을 질질 끌지 않았다면 출생지를 들어 재판 지연 의도를 의심하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혹은 강 판사가 자초한 것이다.

이 대표는 대장동 핵심 실무자를 모른다고 했지만 이 대표와 그가 외국 출장을 가서 같이 골프까지 친 사실 증거가 있다. 국토교통부 협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을 해줬다는 이 대표의 말도 국토부 공문으로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의지만 있었다면 신속한 선고는 얼마든지 가능했다고 보는 이유다. 그러나 재판을 16개월이나 끌다 사표까지 냈다. 이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지 않겠다는 무언(無言)의 선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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