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엄마, 몸이 안 움직여" 아들의 황급한 전화…생활고가 닥쳤다

불행했던 어린시절 지나가고 성실한 남편 만나 행복한 가정 꾸려
추석 여행 중 집에 남았던 둘째 갑자기 쓰러져…골든타임 놓치면서 상태 나빠져
기약없는 뇌졸중 치료 시작…원인도 못 밝혀 비용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어

지난 12일 오후 자신의 집에서 황윤선(가명·36) 씨가 아들 민웅(가명·12) 군을 보살피고 있다. 윤정훈 기자

"엄마, 나 몸이 안 움직여…."

추석맞이 가족 여행에 따라오지 않고 혼자 집에 있던 아들에게서 온 전화였다. 황윤선(가명·36)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니 아들은 화장실 앞에 엎어져 있었다.

바닥엔 물이 흥건했다. 엉금엉금 기어 화장실 앞까지 도착했지만, 몸에 힘이 빠져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소변을 눈 것이었다. 그날 이후 아들은 즐겨 타던 두발 자전거 대신 재활 운동용 자전거 페달만 밟는 처지가 됐다. 그해 추석 시작된 이 악몽이 언제 끝날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윤선 씨였다.

◆아버지 도박 빚에 삼켜진 태권도를 향한 꿈

윤선 씨 아버지는 도박 중독이었다. 운영하던 의류공장 3층에 당구장을 마련해 놓고, 언제나 그곳에서 지인들과 카드게임을 했다. 아버지는 술도 많이 마셨다. 그런 날엔 어머니께 주먹을 휘둘렀고, 어머니를 지키려다가 윤선 씨도 맞곤 했다.

태권도를 시작한 것도 아버지의 폭력 탓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는 "너는 맞고 살지 말라"며 아홉 살 윤선 씨를 동네 태권도장에 데려갔다. 왼발잡이였던 윤선 씨의 발차기는 그 누구보다도 날렵했다. 선수로 활동하며 대회 출전까지 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다.

하지만 태권도의 꿈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사그라들었다. 그 무렵 아버지의 도박 빚이 점점 늘면서 공장 운영이 어려워졌고, 끝내 부도를 면치 못했다.

들이닥치는 채무자들을 피해 야반도주까지 했다. 자연스럽게 태권도와도 멀어졌다. 고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대학 진학은 포기해야 했다.

불어난 도박 빚은 윤선 씨의 가능성을 삼켜버렸다. 그때부터 윤선 씨의 꿈은 '독립'이었다. 성인이 되자마자 PC방 매니저, 백화점 판매직 등으로 일하며 돈을 모았다. 2년 뒤 작은 원룸을 얻어 집을 나왔다. 좁지만 확실한 자유였다.

남편을 만난 건 부모 곁에서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23살 때였다. 동갑내기인 남편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지인 소개로 만났다. 그는 윤선 씨가 술이라도 마시는 날엔 1시간 거리에서도 택시를 타고 데리러 오곤 했다.

그런 자상함이 마음에 들었다. 2011년 결혼 후 그해 12월 첫째를 낳고, 1년 뒤 민웅(가명·12)이가 태어났다. 남편은 경북의 한 농공단지에 있는 자동차부품제조업체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다. 월급은 적었지만 연년생 두 아이를 키우느라 형편은 늘 쪼들렸다.

그래도 남편은 성실했고,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랐다. 아이들이 조금 큰 뒤에는 윤선 씨도 커피업체에서 일하며 맞벌이를 시작해 집을 살 수 있었다.

◆행복만 남은 줄 알았는데…12살 아들에게 닥친 뇌경색

삶의 큰 과제 중 하나였던 '내 집 마련'도 성공했고, 이제 행복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예상치 못한 불행이 둘째 민웅이에게 찾아왔다.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해 9월 29일, 민웅이는 갑자기 손과 다리에 힘을 줄 수 없었고, 몸을 가누지도 못했다.

뒤늦게 알게 된 병명은 뇌경색이었다.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4시간. 그 날 윤선 씨는 뉴스에서 보던 '지역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를 뼈저리게 느꼈다.

구급차가 오는 데에만 20분이 걸렸고, 소아전문응급센터로 가야하는데 병원을 찾지 못해 1시간 동안 구급차 안에서 기다려야 했다. 그나마 가까운 대학병원은 차로 1시간 40분이 걸렸다.

병원에 도착해서도 답답한 상황은 이어졌다. 그날 오후 늦게 입원해 CT와 MRI 촬영만 하고 다음 날 오전까지도 별다른 처치를 받지 못했다.

기다리는동안 민웅이는 계산도 못하고, 말도 어눌해지며 점점 상태가 나빠졌다. 간호사에게 하소연해도 "담당 교수가 없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하필 추석 연휴였던 탓이 컸다.

다음날 정오, 민웅이의 얼굴이 틀어져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본 뒤에야 의료진이 신경과 교수에게 연락했다.

그날 오후 늦게부터 검사가 이어졌고, 민웅이는 입원 대기실에서 뇌졸중 집중 치료실로 옮겨졌다. 2주 뒤 재활의학과로 옮겨 지난해 12월 말까지 입원 치료를 받았다.

90일 입원에 총 진료비가 1천만원을 넘었다. 두 차례 MRI 촬영에 356만원이 들었다. 산정특례를 받아 440만원 정도를 부담했지만, 경제적 부담은 여전히 크다.

남편 월급 280만원에 민웅이 병원비로 최소 150만원, 대출금 상환 90만원 등 한 달 고정지출만 200만원을 넘어간다. 막내딸까지 다섯 식구가 생활하려니 늘 형편은 어렵기만하다.

더 무서운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뇌경색의 원인을 밝히지 못했기에 민웅이는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옮겨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될지, 새 학기에 민웅이를 학교에 보낼 순 있을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두렵다.

지난 12일 민웅이를 돌보고 있는 윤선 씨에게 입원할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병실에 여유가 없어 5인실이든, 1인실이든 병상이 비는 곳으로 무조건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비싼 1인실이 잡히면 어떡하나…. 윤선 씨의 시름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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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위암으로 남편 떠난 뒤 홀로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남기현 씨에게 2,970만원 전달

남편은 위암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힘겹게 아들 키워 현재 홀로 컨테이너에서 살고 있는 남기현 씨(매일신문 12월 26일 10면 보도)에게 2천970만1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이창영 5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병규 2만5천원 ▷서숙영 2만원 ▷신종욱 2만원 ▷박태훈 1만원 ▷이진기 5천원 ▷김건율 2천원 ▷이장윤 2천원 ▷'어려운시기돕기' 2천원 ▷'조금이라도나누'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앓는 아들 돌보는 서중일 씨에게 2,107만원 성금

아내는 신내림 받아 떠나고 막내 아들은 11살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 걸려 괴로운 서중일 씨(매일신문 1월 9일 10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65명의 독자가 2천107만7천70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영곤)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삼이시스템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건천제일약국 10만원 ▷경주천마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신세계로약국(박태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남의원(김홍구)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시온작명원(성병찬)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위브디자인(김영민)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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