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文정부 ‘GP 불능화’ 발표, 철저한 진상 조사를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말만 믿고 '비무장지대 내 북측 GP가 파괴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최근 북측 일부 GP 지하 시설의 재가동 징후를 포착했고, 검증에 참여한 군 관계자의 부실 검증 증언이 나왔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남북은 2018년 9·19합의에 따라 군사분계선 남북 1㎞ 반경 내 11개의 GP를 철거했다. 이후 양측 검증단이 이를 확인했는데, 우리 측 검증단 77명은 북측 브리핑만 청취한 채 1시간 30여 분 만에 돌아왔다고 한다. 북측 GP 불능화에 대한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으나 우리 군은 '불능화 달성'을 공식 발표했다. 우리 군의 GP는 주로 지상 콘크리트 형태여서 폭파하면 육안으로 확인되지만, 북한은 대부분 지하 시설이라 탐지 장비로 정밀 탐사를 벌여야 불능화 여부를 알 수 있다. 군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검증 당시 탐색 장비는 사용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9·19선언 이듬해에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반도 질서 변화를 위해 담대한 길을 걸었고, 그 결과 한반도 평화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 됐다"고 말했다. "평화가 확고하게 정착된 나라에서 모두가 함께 잘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GP 사태가 사실이라면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은 거짓 평화주의자의 선동에 불과하다. 전쟁 중인 나라가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길은 힘에 의한 평화가 유일하다. 문 정부가 내건 평화는 핵무장한 북한 앞에서 안보 기능을 포기하는 무장해제 평화와 같다. 핵 위협을 외면한 채 '함께 평화를 이루자'는 무모한 시도는 악마와 거래하는 일에 불과하다.

기만한 북한도 문제지만, 허위 발표를 강행했다면 우리 정부 측 책임은 더 크다. 아파트 하나가 무너져도 대형 인재가 발생하는 마당에 국민 전체의 생명이 걸린 사안을 두고 부실 검증 내지는 주적의 말만 믿고 넘어갔다면, 결코 묵과해선 안 될 일이다. 후속 조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를 벌여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른 책임도 엄하게 따져야 한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