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처리 불발로 중소·영세 사업장 혼란

오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50인 미만 중소·영세 사업장이 큰 혼란에 빠졌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여·야 협상 결렬로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소·영세 기업(83만여 곳)의 대다수는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관련 법 적용을 받게 된 것이다.

2022년 1월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에서 노동자 사망 등이 발생할 경우 사고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 등을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으로 중하게 처벌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유예 기간이 곧 끝나 27일부터 적용된다. 국민의힘은 이 유예 기간을 2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여야 협상이 중단됐다. 27일 시행 전에 법 개정은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중대재해법 시행에 속수무책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고금리와 소비 위축으로 몰아닥친 경영난은 시설 교체, 법정 안전 인력에 투자할 여건을 앗아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50인 미만 1천53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94%가 법에 대한 준비가 완료되지 않았다고 했다. 2곳 중 1곳은 안전보건 업무를 맡을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연초에 경제 6단체는 '국회는 절박한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하루빨리 처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중대재해법은 규정이 모호하고 처벌 위주여서 논란이 많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간 시행 결과, 산재 예방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사망 등 중대 사고는 되레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실효성 의문이 있는 중대재해법이 무방비 상태의 중소·영세 기업에 적용되면, 사업주들이 범법자로 내몰리고 폐업이 속출하는 등 부작용이 잇따를 것이다. 여야는 산업 현장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중대재해법 유예 법안을 당장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법 시행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할 대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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