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카페민지(MZ)] 커피의 고향 대구에서 장인이 만든 커피·케이크 즐겨보세요!

대구에서 시작한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명가·슬로우터틀

안명규 커피명가 대표가 커피명가 본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커피명가 제공
안명규 커피명가 대표가 커피명가 본에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 커피명가 제공

이디야 커피, 메가커피, 탐앤탐스.

커피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다. 서울에서 출발한 이들 카페는 현재 대구, 경북, 대전 등 대한민국 전역에 퍼졌다. 국내 프랜차이즈 카페 대부분은 이들 카페처럼 서울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자랑스럽게도 '커피의 고향'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에 이름을 알린 카페들이 있다. 사실 너무나 유명한 카페들이라 소개하기도 민망하지만, 탄생 비하인드를 알고 나면 커피·디저트 맛도 두 배일 터. 대구에서 탄생한 프랜차이즈 카페 커피명가와 슬로우터틀을 소개한다.

◆ 대한민국 커피 명인이 만든 커피명가

1990년 대구 경북대학교 후문에서 조그마하게 시작한 커피명가는 현재 전국 46개 지점을 낼 정도로 성장했다. 급변하는 커피 시장 속에서도 30여 년간 한결같이 제자리를 유지한 것은 대한민국 1세대 커피 장인 안명규(60) 대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 대표가 커피의 세계에 처음 발을 내디딘 건 고등학생 시절이다. 그는 믹스커피가 즐비하던 시절, 우연히 맛본 원두커피에서 좋은 느낌을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격적인 상황에 부딪혔을 때도 커피 한잔으로 마음에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는데, 그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매개가 커피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커피명가 바리스타들은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사진은 커피명가 본 내부 핸드드립바 모습. 커피명가 제공
커피명가 바리스타들은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사진은 커피명가 본 내부 핸드드립바 모습. 커피명가 제공

커피에 대한 안 대표의 열정은 지독하다. 지금처럼 커피 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던 1980년대 중후반에는 관련 서적조차 구하기 힘들었다. 그는 교보문고 해외 서적 코너에서 일본 커피 책 한 권을 겨우 구해 밤새워 읽었다. 커피 문화를 조금 더 알고 싶어진 안 대표는 일본에 가고 싶었지만, 당시 까다로운 비자 문제로 쉽게 갈 수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김포공항을 찾았다. 그는 일본행 비행기를 타는 손님 중 인상이 좋은 사람들을 골라 커피 관련 서적을 사다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커피명가는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사진은 핸드드립 커피. 커피명가
커피명가는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사진은 핸드드립 커피. 커피명가

독학으로 커피를 마스터한 안 대표는 처음 경주에서 카페를 차렸다. 커피 가격은 5천원. 당시 지역 특급호텔 커피값이 1천원 언저리였고, 대구 시내에서 판매하던 커피값이 500원이던 시절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이유는 순전히 고등학교 은사님의 "5천원에 커피를 판매하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손님은 하루에 1~2명뿐이었다. 안 대표가 이곳에서 12시간 동안 근무하며 깨달은 것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귀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곳을 찾는 손님들께 최고의 커피를 대접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손님들에게 최고의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마음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함없다. 커피명가의 핸드드립 마이크로랏 커피(1만원)는 과테말라 최고 농장인 엘 인헤르또의 원두를 사용한다. 커피를 내리는 방식도 다른 카페와 달리 아날로그적이다. 최근 많은 커피 매장들이 머신을 이용한 브루잉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지만, 커피명가 바리스타들은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커피의 풍미와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커피명가 바리스타들은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사진은 커피명가 본 내부 핸드드립바 모습. 커피명가 제공
커피명가 바리스타들은 한 잔 한 잔 커피를 직접 내리는 핸드드립 방식을 고집한다. 사진은 커피명가 본 내부 핸드드립바 모습. 커피명가 제공

커피명가는 커피 맛을 내는 방식부터 카페 지향점까지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와 다르다. 안 대표는 여러 지역에 지점을 낸 것도 단순히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는 "내가 커피에서 받았던 좋은 감정을 손님들께도 전달하고 싶었다. 전국에 지점을 내면 대구에 오지 않더라도 가까운 매장에서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체인점 개수가 많든 적든 내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커피명가를 찾은 손님 한 분이라도 커피로 인해 즐거움을 찾는다면 그것이 나의 기쁨이다. 이곳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다 가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 수제로 만든 케이크·커피 맛집 슬로우터틀

이형철 슬로우터틀 대표는 전 메뉴 모두 수제로 만들기 고집한다. 슬로우터틀 제공
이형철 슬로우터틀 대표는 전 메뉴 모두 수제로 만들기 고집한다. 슬로우터틀 제공

슬로우터틀은 2012년 대구 성서에 처음 자리 내렸다. '느리지만 제맛이 날 수 있게'라는 상호에 걸맞게 모든 메뉴를 수제로 만들었다. 정성을 쏟은 덕일까. 손님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계명대점, 약전골목점, 중앙대로점, 동성로점 4개 지점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이형철(41) 대표가 슬로우터틀을 차리게 된 계기는 조금 로맨틱하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대구로 내려왔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게 되자, 대구 유명 카페에서 무급으로 1년간 일을 배웠다. 그때 손님으로 왔던 아내와 사랑에 빠진 이 대표는 결혼을 위해 본인의 가게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슬로우터틀은 수제로 만든 케이크로 유명하다. 사진은 딸기 케이크. 슬로우터틀 제공
슬로우터틀은 수제로 만든 케이크로 유명하다. 사진은 딸기 케이크. 슬로우터틀 제공

이 대표는 아내를 향한 마음만큼이나 슬로우터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슬로우터틀의 메뉴 레시피는 모두 이 대표 손을 거쳤다. 그는 케이크 한 조각을 만드는데도 온갖 정성을 쏟는다. 대표 메뉴 딸기 케이크(1조각 기준 7천800원)를 만들 때도 그랬다. 그는 시중에 파는 모든 생크림을 맛봤다. 크림에 마스카포네·요거트 등을 섞어 맛보기도 했다. 케이크 시트 위에 바를 가장 맛있는 크림을 찾기 위해서다.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케이크에는 단맛을 가미하기 위해 크림에 약간의 소금을 섞는데, 그 소금조차 시중에 파는 모든 제품을 사용해 봤을 정도다.

슬로우터틀 바닐라빈 라떼는 바닐라 빈 씨앗을 직접 갈라 우려낸 시럽을 이용해 만든다. 슬로우터틀 제공
슬로우터틀 바닐라빈 라떼는 바닐라 빈 씨앗을 직접 갈라 우려낸 시럽을 이용해 만든다. 슬로우터틀 제공

이 대표의 이같은 노력 덕에 제철 과일로 만든 케이크는 슬로우터틀 대표 메뉴가 됐다. 그러나 이 대표의 주 전공은 사실 커피다. 그는 "나는 드립커피를 내리던 사람으로서 커피에 대한 애정이 크다. 사랑하는 마음을 메뉴에 고스란히 담았다. 바닐라 빈 라떼(6천원)의 경우 직접 바닐라 빈 씨앗을 갈라 우려서 시럽으로 만들었다. 손은 많이 가지만 맛 자체가 다르다"며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슬로우터틀은 손님들에게 최고의 맛을 전하기 위한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10여년간 카페를 운영하면서 매년 신메뉴 개발에 나선다. 올해 목표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손님들이 휴대폰을 꺼내 촬영하고 싶을 정도 비주얼의 디저트를 만드는 것. 둘째, 케이크 층마다 다른 생크림을 넣어 새로운 맛을 선보이는 것. 셋째, 시폰 케이크를 출시하는 것. 마지막으로 와플 메뉴 반죽 형태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슬로우터틀 중앙대로점 내부 모습. 슬로우터틀 제공
슬로우터틀 중앙대로점 내부 모습. 슬로우터틀 제공

메뉴 수가 늘어나는 만큼 매장 확장도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내년부터 1년에 지역 내 지점 1개씩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그는 "직원들 수가 많아지면서 일할 공간이 부족해졌다. 1년에 한 지점씩 늘릴 건데, 2025년에는 신월성점을 차릴 예정이다. 최종 목표는 대구에 18개 지점과 초대형 매장 3곳을 내는 것이다. 그것이 충족되면 광역시에 각 1개씩 초대형 매장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대표는 슬로우터틀이 손님들 기억 속에 남는 공간이 되길 기대했다. 그는 "손님들에게 진실된 음료, 디저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저뿐만 아니라 직원 25명이 항상 노력하고 있다. 슬로우터틀을 떠올렸을 때 '거기 좋았는데'하고 기억 한편에 남았으면 좋겠다. 또다시 공간을 찾았을 때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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