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건설사 건설 현장 화장실 부족으로 인분 계속 나와…“화장실 가는데만 30분”

A건설사 “근로자 불편 이해하지만 법적 기준 준수했다”

공사 현장 세대 내에서 발견된 인분
공사 현장 세대 내에서 발견된 인분

건설현장 노동자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도 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세 달간 현장 여기저기서 수없이 많은 인분을 목격했다. 현관, 싱크대 밑, 벽장, 거실 마루 등 세대 내 발견한 위치도 제각각이다. 인분을 발견하면 현장 소장에게 알려 청소를 요청하지만 청소조가 투입되기까지 기다리면 계획한 하루 작업량을 채울 수 없어 스스로 남의 용변을 치우는 경험도 했다. A씨는 "인분 사태를 일으킨 근로자들도 문제가 있지만 실상 을 살펴보면 시공사인 D건설사가 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법 기준만 맞추기 위해서 화장실을 설치해 이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라며 "화장실까지 가는데만 30분씩 걸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D건설사 시공 현장 근로자들이 화장실 설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인분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D건설사가 법적 기준 맞추기에 급급해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화장실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

고용노동부는 지난 1일부터 건설공사 현장 근로자를 위해 화장실 설치 시 '근로자 수' 기준을 추가해 시행하도록 했다.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담긴 봉투가 발견된 '인분 사태'로 인해 건설 현장 근로자들 현장의 화장실 부족 등을 언급하면서 정부가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말 기존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 시행규칙에 남성근로자 30명 당 1개 이상, 여성근로자 20명 당 1개 이상 화장실(대변기)을 설치하는 기준을 추가해 공포했다. 기존 현장 300m 이내 화장실 설치, 남녀 구분, 관리자 지정 등의 항목과 함께 이번달부터 시행 중이다. 기준에 따라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은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D건설사는 공사 현장에 남성용 14개, 여성용 5개와 현장 앞 사무실과 외부 식당 화장실 남성용 3개 여성용 4개를 추가로 임차해 총 남성용 17개, 여성용 9개를 갖췄다고 밝혔다. 지난 1월 평균 일일 근로자 약 600명(남성이 500명, 여성이 100명)의 법적 설치 기준인 화장실 개수 남성용 16.6개, 여성용 5개 보다 많다는 것.

하지만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총 12개의 동이 있는 대규모 건설현장에 화장실이 한개 동에 집중돼 있는 것은 물론 실제로는 갯수가 부족하다는 것.

A씨가 단지 내에서 확인한 화장실은 남성용 12개, 여성용 2개로 모두 105동에 몰려있다. 더구나 이들은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변이 쌓인 변기가 즐비하기 때문에 저 숫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된다고 밝혔다.

A씨는 "물건을 오르내리는 양중 작업 시간에 걸려 호이스트(작업용 간이 엘리베이터)를 30분 이상도 기다려봤다. 용변 문제는 평상시보다 위급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좀 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D건설사보다 작은 건설사인 S건설이 시공하는 현장에서도 이정도로 상황이 열악하지 않았다. 그때는 동마다 1개씩 화장실이 배치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D건설사가 현장 앞 사무실과 외부 식당 화장실을 추가로 임차해 전체 갯수에 포함한 것에 대해 근로자들은 '교모한 꼼수'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근로자 B씨는 "현장 앞 사무실 화장실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고, 작업 중 외부로 나가려면 명단 확인 등 절차로 시간이 더욱 소요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갈 수 있겠냐"라며 "식당 화장실로 짐작가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택시 기사 등 음식점을 이용하면 모두가 쓸 수 있어 근로자들을 위한 화장실인지도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D건설사의 '꼼수 화장실'로 인해 근로자들은 인분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B씨는 "요즘도 이틀에 한 번 꼴로 세대 내에서 인분이 발견된다"라며 "인분을 발견하면 청소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D건설사 직원도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화장실 부족과 거리 등에 대해서 계속 주장이 일어나고 있는데 환경을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건설 현장 근로자들이 화장실 부족을 계속해서 제기하고 있지만 D건설사는 법적 기준을 지켰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D건설사 관계자는 "강화된 법적 기준에 맞춰 화장실을 확대 설치, 운영하고 있다. 1월 말 근로감독관이 직접 현장을 점검했고 관련 문제로 지적을 받지 않았다"라며 "현장 근로자들의 불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법규를 성실히 준수하고 있는 현장이 오해를 받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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