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몽둥이 든 도둑

박상전 논설위원
박상전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선출 과정에서 금품 제공 혐의로 구속돼 1심 선고를 앞둔 송영길 전 대표가 옥중 창당을 선언했다. 신당은 지난 3일 광주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1일 서울에서 창당한 뒤 총선 일정에 돌입한다. 당명은 '정치검찰해체당'이다. '처벌 대상이 사법 주체를 없애겠다'는 기괴한 발상이 놀랍다. 송 전 대표는 창당 선언문을 통해 "검찰에 맞서 최전선에 있는 동지들과 함께 창당해 제2의 3·1운동 정신으로 싸워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제 치하를 벗어나기 위한 거룩한 민족해방운동을, 개인의 범죄 혐의를 모면하기 위한 사익에 비유한 것을 보면 무모함을 넘어 과대망상 환자처럼 보인다.

송 전 대표에 대한 범죄 혐의 입증은 점점 뚜렷해졌다. 그는 2020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본인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해 후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7억6천3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별건으로 불법 의혹 선거자금 5천만원을 수수하고, 윤관석 의원에게 국회의원 교부용 명목으로 300만원씩 든 봉투 20개를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최근 1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 출신 박용수 씨의 구속영장에서 검찰은 '돈봉투'를 받은 민주당 현역 의원 규모를 20명으로 특정했다. 이 가운데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지난 7일 불구속 기소 처분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추가로 송 전 대표 측으로부터 돈봉투를 받은 현역 의원들을 계속 조사한다는 방침이나, 당사자들은 사전에 입을 맞춘 듯 '총선 일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예봉을 피하려는 분위기다.

송 전 대표 재판은 개인의 비위를 넘어, 공당의 선거 활동에도 '공신력 상실'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전망이다. 검찰 조사를 미루는 의원들에 대한 혐의가 드러나고, 이들이 공천받은 상태라면 민주당은 물론이고 민주제도 전체에 대한 심각한 혼란이 예상된다. 송 전 대표와 관련자들은 더 이상 혐의를 부인하지 말고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자세로 돌아서야 한다. 그게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는 정치인의 자세다. 범죄 혐의자가 사법 조직을 해체하겠다고 덤비는 무모한 자세도 버려야 한다. 도둑이 몽둥이를 드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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