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사로 아픔 승화하는 대구 속 북한이탈주민 '남북우정사랑봉사회'

북한이탈주민 위주 봉사단 100여명 매월 급식·목욕·청소 봉사
지역 독거노인 고향에 계신 부모님 대하는 마음으로
자식 잃은 아픔도 봉사활동 할 때면 잊을 수 있어
"우리도 당당한 국민, 따듯한 눈으로 봐주세요"

지난 7일 대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북한이탈주들로 구성된 '남북 우정 사랑 봉사회' 회원들이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지난 7일 대구 성서노인종합복지관에서 북한이탈주들로 구성된 '남북 우정 사랑 봉사회' 회원들이 급식 봉사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을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스스로도 가진 것이 많진 않지만 기꺼이 다른 사람과 나누는 북한이탈주민들이 모인 '남북우정사랑봉사회' 얘기다.

◆북에 계신 우리 부모님 같아서

지난 7일 오전 11시쯤 찾은 성서노인복지회관 3층 실버식당. 남북우정사랑봉사회 10여명의 회원들이 빨간 조끼를 입고 급식 배식을 위해 바삐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식당 출입문 밖까지 장사진을 만든 이용객들로 잠시도 쉴 틈이 없었지만 회원들은 "맛있게 드세요"란 인사를 빼놓지 않고 미소를 내보였다.

봉사단은 2022년부터 이곳에서 한 달에 두 번씩 정기적으로 급식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실버식당을 찾는 주 이용객은 인근 독거노인들로 하루 약 350명의 이용객이 방문한다. 배식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끝내면 5시간이나 걸리지만, 봉사의 뿌듯함에 몸이 고된 것도 잊어버린다고 한다.

최서정 남북우정사랑봉사회 대표는 "성서복지관에서 독거 어르신들을 처음 뵀을 때 북한에 계셨던 부모님이 떠올랐다. 회원들도 '돌아가신 부모님이 생각난다'며 비슷한 반응"이라며 "모두 자기 부모라고 생각하면서 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급식 봉사가 끝난 후 봉사단 회원들이 사복을 챙기러 자원봉사 대기실로 들어가자 복지회관을 찾은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과 덕담을 쏟아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이에요? 정말 대단한 일 하시네요", "북에 있는 가족들도 복 받을거에요."

◆봉사활동 중에는 아픔 잊을 수 있어

조금은 이채로운 이들의 봉사는 새로운 삶의 터전이 돼 준 한국에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2017년 해발고도가 2000m에 가깝다는 양강도 백암에서 탈북한 최서정 대표는 어릴 적 아버지가 '따수하고 좋다'고 말씀하시던 대구에 자리잡았다. 최 대표는 2021년 1월 뜻이 맞는 17명을 모아 봉사회를 결성했고 현재는 112명까지 회원이 늘었다.

이들은 한달 평균 7회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3회 정도는 성서복지관에서 독거어르신 청소 목욕, 무료급식 봉사를 하고, 명절 등에는 주민들에게 북한음식 나눔행사를 열기도 한다. 봉사회 회원들 대다수가 기초생활수급자지만 천원, 이천원씩 모아 기부금 전달식도 한다. 지난 1월에도 성서노인복지회관에 30만원을 기부했다.

이들에게 봉사활동은 한편으론 고통을 잊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입는 상처도 있지만 탈북과정에서 가족을 잃은 고통은 쉽사리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 대표도 탈북 과정에서 하나뿐인 아들을 잃었다. 당시 아들의 나이는 겨우 스물다섯. 이들에게는 이런 얘기가 비교적 흔해 서로 무덤덤하게 얘기를 주고 받곤 하지만 상처의 아픔이 가신 건 아니다. 봉사단원들은 "봉사 활동을 하며 바삐 지내니 힘든 마음도 잠깐 잊는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가족이 된 봉사단원들 "받은 것 이상 베풀고 싶어"

비슷한 아픔과 고충을 가진 이들이기에 봉사회를 중심으로 마음을 모으곤 한다. 이 때문에 대구 달서구 송현동 한 아파트에 자리잡은 남북우정사랑봉사회 사무실은 회원들의 발걸음으로 항상 북적인다. 가족이 더 생각나는 명절이면 북한음식을 해먹고 가족들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 낭독회도 한다.

봉사단은 제 2의 삶을 누리게 해준 한국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과 북한이탈주민도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도 있다.

단체 이름도 남한 사람들도 함께 어울려 통일을 꿈꾸자는 의미를 담았다. 현재 봉사단의 80% 정도는 북한이탈주민이지만 나머지 20%는 이들의 배우자나 지인 등 '남한사람'이다. '남북우정'이란 이름처럼 함께 어울려 통일의 밑거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는 통일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부터는 북한 음악 공연같은 예술이나 북한 실상 알리기 강의와 같은 방식의 봉사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봉사단 회원 이춘미(59) 씨는 "받기만 하는 것 보다 누군가에게 베푸니 비로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새터민도 한민족이다. 받은 것을 갚으려고 봉사활동도 하고 떳떳이 살고 있으니 따듯한 눈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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