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고양이도 명절증후군 겪어

설명절의 어수선 분위기 탓에 연휴 기간 동안 개와 고양이도 사람못지않게 과식하거나 또는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 명절 직후 반려동물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들에게 대해서 살펴보고 그 원인과 대처 방법들을 알아보자.

1. 설사

과식으로 인한 식이성 설사가 대부분이다. 명절기간 가정을 방문하는 친지들이 많을수록 개와 고양이가 무언가를 더 얻어먹을 기회를 많아진다. 자연스레 소화 불량과 설사 증상이 많이 발생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과식으로 인한 소화불량은 하루정도 식사량을 감량하는 것으로도 호전되는 편이다.식사량은 줄이더라도 물섭취를 제한해서는 곤란하다. 하루정도 식사량을 감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설사 증상이 지속된다면 수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

2. 위십이지장염

소화가 힘든 간식류, 상한 음식물의 급여는 위장염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식욕부진 , 복통, 구토, 설사 증상이 관찰된다. 개껌, 육포, 말린 간식들은 위염과 십이지장염을 일으키기 쉽고 소화불량, 식욕부진,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 위장염이 하루 이상 지속된다면 수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다.

3. 췌장염

명절 음식물 대부분은 지방함량이 무척 높다. 특히 반려견이 이러한 음식물을 잘 먹으며 기름진 음식물의 과섭취로 인한 소화불량이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7살이상의 노령견, 입맛이 까다로운 소형견들이 기름진 명절 음식물을 먹은 후 식욕부진, 소화불량 증상을 호소한다면 췌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반복적인 구토 증상이 동반되는 정도면 이미 췌장염이 심화된 경우에 해당한다. 수의사의 검진이 필요하며 입원을 통한 집중 수액 치료가 처방되어야 한다.

4. 포도, 양파, 초콜릿 중독증

가장 위험하면서도 개가 잘먹는 음식은 포도다. 포도는 개에게 급성 신부전을 유발시킨다. 가족들이 먹다 남긴 포도껍질을 몰래 먹고 탈이 나는 경우도 많으므로 가족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갈비찜, 치킨, 피자 등 양파나 마늘이 양념으로 가미된 모든 음식들이 위험하다. 양파는 익히더라도 적혈구를 파괴하는 성분이 남아있어 개와 고양이에게는 용혈성 빈혈을 유발시킨다.

아이들이 먹다 남긴 초콜릿이 함유된 과자류도 위험하다. 초콜릿에 함유되어 있는 테오브로민이라는 물질은 개가 소량을 섭취하더라도 구토와 설사, 헐떡임, 갈증, 떨림, 심부정맥을 유발시킨다. 심할 경우 경련과 심장마비로 사망하기도 한다.

5. 반려견의 이물 섭취

소형반려견에게는 딱딱한 개껌, 육포를 주의해야 한다. 특히 식탐이 강한 개일 수록 간식을 급하게 삼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식도폐색을 유발하는 주 원인이 개껌과 육포 간식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중형은 평상 시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삼켜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자근자근 씹는 상황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면 순간 빼앗기지 않으려 삼켜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심리적으로 무료하거나 불안증이 있는 개들 중 이식증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인형이나 방석을 집요하게 빨거나 물어 뜯는 경우도 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솜이나 섬유 조각들을 먹을 수 있다. 한번에 많은 양은 아니더라도 위내에서 축적되다 보면 덩어리진 이물로 작용하며 장폐색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개들에게 식도폐색, 장폐색이 발생한 사례들과 그 원인체들을 살펴보자.

까미(치와와)는 X-ray 검사에서흉부식도의 이물이 확인되었다.(사진 왼쪽) 내시경 시술을 통해 식도내 이물이 제거되는 과정.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제공
까미(치와와)는 X-ray 검사에서흉부식도의 이물이 확인되었다.(사진 왼쪽) 내시경 시술을 통해 식도내 이물이 제거되는 과정.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사례1. 소형견의 식도이물폐색 (원인체: 개껌)

까미 (치와와, 2kg)는 평소 간식을 좋아했다. 개껌을 급하게 삼킨 후 호흡 곤란과 통증을 호소하여 내원하였다. 개의 해부학적인 특성 상 흉부식도는 그 내강이 좁아 덩어리진 음식물이 잘 걸리는 부위이다. 일단 흉부식도 폐쇅이 진행되면 응급상황이다. 시간이 경과하면 흉부 식도 파열로 인한 흉강 오염으로 생명을 잃기도 한다. 까미는 내시경 시술을 통해 식도내 이물을 제거했으며 그 원인체는 개껌 조각이었다.

백구(풍산개)는 검사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소장말단부의 장폐색을 진단하였지만 그 원인체는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수술을 통해 확인한 백구의 소장말단부 폐색 원인체는 백구가 평상시 최애하던 섬유질 도넛 모양의 장난감이었다.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제공
백구(풍산개)는 검사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소장말단부의 장폐색을 진단하였지만 그 원인체는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수술을 통해 확인한 백구의 소장말단부 폐색 원인체는 백구가 평상시 최애하던 섬유질 도넛 모양의 장난감이었다. 박순석 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사례2. 중형견의 장폐색 (원인체: 섬유질 도넛 모양의 장난감)

백구(풍산개, 33kg)는 무척이나 사교적이며 가족들이 애지중지 돌보는 반려견이었다. 일주일 전 부터 밥을 먹질 못하고 체중이 현저히 빠지기 시작했다. 본원에 내원할 당시 백구는 기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었으며, 혈액검사에서 이미 복막염의 진행을 평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소장말단부의 장폐색을 진단하였지만 그 원인체는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백구의 소장말단부 폐색 부위에서서 제거한 이물은 백구가 최애하던 섬유 재질의 도넛 모양의 장난감이었다.

해리(말티즈)는 평상시 인형이나 방석을 핥는 습관이 있었다. 반복적인 구토 증상을 호소하여 내원한 해리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폐색을 진단받고(위 사진) 수술이 진행되었다 해리의 소장에서 제거된 이물 덩어리는 모두 3개 였으며, 그 원인체는 솜 뭉치였다.(아래 사진) 방석이나 인형을 과도하게 핥는 과정에서 내장되었던 솜을 조금씩 먹은 것으로 추정한다.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해리(말티즈)는 평상시 인형이나 방석을 핥는 습관이 있었다. 반복적인 구토 증상을 호소하여 내원한 해리는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폐색을 진단받고(위 사진) 수술이 진행되었다 해리의 소장에서 제거된 이물 덩어리는 모두 3개 였으며, 그 원인체는 솜 뭉치였다.(아래 사진) 방석이나 인형을 과도하게 핥는 과정에서 내장되었던 솜을 조금씩 먹은 것으로 추정한다.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사례3. 정서가 불안한 반려견에서 다발하는 장이물폐색 (원인체: 방석 내장용 솜)

해리(말티즈. 5kg )는 평상시 보호자를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평상시에도 무료할 때는 인형이나 방석을 유난히 핥는 습관이 있었다. 해리는 반복적인 구토 증상을 호소하여 내원하였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장폐색을 진단하고 수술이 진행되었다. 해리의 회장 부위에서는 제거된 3개의 이물 원인체는 솜뭉치였다. 방석이나 인형을 반복적으로 핥는 과정에서 내장되어 있던 솜을 삼킨 것으로 추정한다.

6.고양이의 이물 섭취

고양이는 이물질을 잘 먹지 않는 동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물로 인한 장폐색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있다. 원인은 고양이의 그루밍 습관 때문이다.

자신의 몸을 그루밍하는 과정에서 털을 지속적으로 섭취하게 된다. 하지만 고양이는 본능적으로 풀을 먹어 위내에서 누적된 털을 토해내는 자기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고양이가 길이가 긴 털실같은 형태의 이물을 핥게되면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고양이의 혓바늘이 구강 내측으로 배열되어 있다 보니 혓바늘에 걸쳐지면 뱉어내질 못하고 결국 삼켜버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선상 이물은 소장을 차례로 통과하며 장을 폐색시켜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양이에게 털실, 거즈붕대, 악기줄 등의 길이가 긴 물체는 고양이 선상 이물장폐색을 유발하는 위험한 물건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외에도 고양이 장폐색을 유발하는 원인으로는 작은 고무 재질의 이물, 고양이 장난감의 플라스틱 부품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순이(고양이)는 초음파검사 상에서 선상 이물로 인한 장폐색시 관찰되는 아코디언(물결) 모양의 협착 소견이 확인되었다.(위 사진) 순이의 장내 이물은 무척 길었으며 장을 세군데나 절개하고 나서야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그 이물의 원인체는 거즈 붕대였다. (아래 사진).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순이(고양이)는 초음파검사 상에서 선상 이물로 인한 장폐색시 관찰되는 아코디언(물결) 모양의 협착 소견이 확인되었다.(위 사진) 순이의 장내 이물은 무척 길었으며 장을 세군데나 절개하고 나서야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그 이물의 원인체는 거즈 붕대였다. (아래 사진).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제공

사례1. 고양이 선상 이물로 인한 장폐색(원인체: 거즈 붕대)

순이(코숏, 6살,4.3kg) 는 사교적인 고양이였다, 3일 전부터 밥을 먹지않고 통증을 호소하여 내원했다. 초음파 검사에서 순이의 장이 선상 이물로 인한 장폐색시 관찰되는 아코디언(물결) 모양의 장협착 소견이 확인됐다. 순이는 장을 세군데나 절개하고 나서야 이물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다. 그 이물의 원인체는 거즈 붕대였다.

사례2. 고양이 이물장폐색 (원인체: 필건(투약기) 끝부분의 튜브)

탕이(페르시안,2.9kg)는 보호자가 알약을 먹이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알약투약기(필건)를 입안 깊숙이 밀어넣는 과정에서 끝부분의 실리콘 튜브를 삼켜버린 경우였다. 실리콘이라 토해 내기를 바라며 하루를 기다렸지만 다음날부터 구토증상을 보이자 내원한 경우이다. X-ray 검사에서 실리콘 튜브가 소장부에 위치하였음을 확인하고 수술을 결정하였다. 해부학적 특성상 십이지장은 비교적 내강이 넓은 편이지만 회장말단 부위로 갈수록 내강은 좁아지며 이물에 의한 장 폐색이 잘 일어난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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