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문화도시 타이틀' 부산에 내줄판…"앞으로가 더 걱정"

작년 티켓 판매액, 2022년 대비 23.5%↑…대중음악·뮤지컬 비중 81.6%
공연건수,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 등 부산이 대구 앞질러
공연계 시장 전체는 활성화, 영화계 총 매출 넘어서
"부산에 국제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개관한 뒤 격차 더 벌어질 것"

지난달 펼쳐진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지난달 펼쳐진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음

서울·경기를 제외하고는 명실상부한 '문화도시'를 자임하던 대구의 위상이 위태롭다. 부산에 대규모 객석을 기진 뮤지컬 전용극장 드림씨어터(1천500석 규모)가 문을 열면서 2022년 한 해 티켓판매액이 대구를 추월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공연건수와 티켓예매수, 티켓판매액 전체에서 모두 대구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 부산에 잡아먹힌 대구, "앞으로가 더 걱정"

지난 20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펴낸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은 모두 1천269건(5천251회)의 공연을 통해 896억1천683만 원의 티켓판매액을 올렸지만, 대구는 1천195건(5천252회)의 공연을 통해 608억4천57만 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액만 따졌을 때 부산이 거의 대구의 1.5배에 육박할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된다는 전망에 있다. 2019년 드림씨어터가 개관한 이듬해인 2020년부터 뮤지컬 관객수와 티켓 판매 금액도 부산에 크게 밀린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여기다 오는 2026년까지 국제아센터와 오페라하우스가 부산에 새로 개관하게되면 그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역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인구 규모에 따른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구는 음악·미술·무용·연극 등 분야를 막론하고 부산보다 그 뿌리가 탄탄하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부산은 계속해서 투자를 하고 발전하는 반면 대구는 그나마 유지되던 문화 관련 예산들이 매년 대폭 삭감되며 외형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인사는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대구시가 이렇게까지 문화 분야를 홀대했던 적은 처음'이라는 불만이 폭주할 만큼 대구 문화계가 위기 상황이다"면서 "이런 가운데 인프라 규모마저 부산과 크게 격차가 벌어지면 앞으로는 부산이 대구 예술인들까지 다 빨아들이는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 뮤지컬·한국음악·무용 부산이 대구 크게 앞질러

2023년 부산, 대구 장르별 티켓판매액.
2023년 부산, 대구 장르별 티켓판매액.

내용적인 면을 따졌을 때 부산은 뮤지컬에서 대구와 비교해 강세를 드러냈으며, 한국음악과 무용 분야에서도 대구를 앞질렀다. 2023년 총결산 공연시장 티켓판매액 상위 20개 공연 목록에 부산은 '오페라의 유령'과 '싸이 흠뻑쇼' 2개를 이름에 올렸다.

특히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뮤지컬에서 부산은 2022년과 비교해 공연건수는 36.7%, 티켓판매액은 77.5%(355억4천965만원)을 기록한 반면, 대구는 공연건수 27.8%, 티켓판매액은 30.2%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만큼 회당 객석점유율이나 티켓판매액이 부산이 더 크게 성장했다는 의미다. 한국음악 분야의 티켓판매액도 부산이 3억3천599만 원으로 대구(5천713만원)를 5배나 앞도했고, 무용 역시 부산이 10억6천212만원으로 대구(3억4천131만원) 3배 가량 앞질렀다.

부산보다 대구가 나은 장르는 서양음악과 연극 분야에 불과했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서양음악 부문은 대구가 53억9665만 원으로 부산(51억6천244만원)을 근소하게 앞질렀고, 연극 역시 대구가 19억6745만 원으로 부산(14억1천600만원)보다 사정이 나았다.

◆공연계에는 청신호

다만, 공연계 전체로 봤을 때는 청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대중음악·뮤지컬·연극·클래식 등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은 약 1조2천697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연간 티켓 판매액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인 2020년 2천226억원, 2021년 4천억원에 머물렀으나 엔데믹 전환 후 2022년 1조285억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작년 티켓 판매액은 2022년보다 23.5% 증가한 수치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는 또 영화계 총 매출액을 처음으로 넘어선 수치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화계 총 매출액은 1조2천614억원이다. 뮤지컬과 대중음악 콘서트 인기에 힘입어 공연시장은 활황세를 보인 반면, 극장업계는 흥행 부진이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 기준으로 데이터 수집이 이루어지기 시작한 2019년 6월 이후 공연시장 티켓 판매액이 영화계 총매출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별 추이를 보면 공연시장이 가장 활발한 시즌은 4분기였고, 티켓 매출이 가장 높은 시기는 7∼8월로 조사됐다. 공연 건수가 가장 많은 달은 ▷12월(2천804건) ▷11월(2천406건) ▷10월(2천228건) 순이었고, 티켓 판매액이 가장 많았던 달은 ▷12월(2천258억원) ▷8월(1천227억원) ▷7월(약 1천165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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