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손흥민 손목 위의 예술…파텍 필립

185년 전통 시계의 황제…제네바서 가장 오래된 가족경영 체계 회사
100건 이상의 특허 보유…-3/+2초↓ 오차 무브먼트 기술·혁신·전통 완벽 실현

파텍 필립 Ref. 6300A-010. 2019년 파텍 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이 310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470억)에 판매되며 온리 워치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파텍 필립 Ref. 6300A-010. 2019년 파텍 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이 310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470억)에 판매되며 온리 워치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하였다.

◆ 독립적인 가족 소유의 시계 제조사 '파텍 필립'

명품 시계의 황제로 불리는 파텍 필립은 185년의 오랜 역사를 가진 스위스 시계 브랜드로 제품의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는 고객에게 선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

1839년, 폴란드의 망명 귀족인 앙투안 노르베르 드 파텍과 시계 제작자인 프랑수아 차펙이 공동으로 설립한 파텍, 차펙 회사(Patek, Czapek & Cie)가 시작점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불화로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결별하였고, 파텍은 파리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프랑스의 시계장인 장 아드리안 필립을 만나 1851년부터 그와 파트너로 일하게 되면서 '파텍 필립 회사(Patek, Philippe & Cie.)'로 브랜드 명을 정하였다.

앙투안 노르베르 드 파텍(왼쪽)과 장 아드리안 필립
앙투안 노르베르 드 파텍(왼쪽)과 장 아드리안 필립

귀족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파텍과 뛰어난 기술력의 소유자 필립은 유럽 왕족들과 귀족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후 필립의 아들인 조셉 필립이 회사 경영권을 물려받았으나 1920년 대공황으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위기를 맞게 되었다.

당시 시계 다이얼을 제조, 공급하던 샤를과 장 슈테른 형제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시계 회사가 사라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어 1932년 파텍 필립을 인수하였다. 슈테른 가문이 인수한 이래로 앙리 슈테른, 현재 명예 회장인 필립 슈테른과 그의 아들인 티에리 슈테른 회장이 오늘날까지 4대째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속적인 품질 개선과 기술 발전에 대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제네바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경영체계의 시계 제조사이다.

명예 회장인 필립 슈테른과 그의 아들인 티에리 슈테른 회장
명예 회장인 필립 슈테른과 그의 아들인 티에리 슈테른 회장

◆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100건 이상의 특허 보유

1845년, 시계장인 장 아드리안 필립은 열쇠 없이 크라운(용두)을 사용하는 키리스 와인딩과 수동 세팅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받았으며 1851년 런던에서 개최된 만국박람회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의 열쇠 없는 블루 펜던트 회중시계를 영국 빅토리아 여왕에게 헌상하였다.

1851년 빅토리아 여왕에 헌상된 펜던트 워치 라피스 블루의 칠보와 로즈 컷의 다이아몬드 장식.
1851년 빅토리아 여왕에 헌상된 펜던트 워치 라피스 블루의 칠보와 로즈 컷의 다이아몬드 장식.

1889년에는 회중시계용 퍼페추얼 캘린더(날짜를 자동으로 맞추는 기능) 메커니즘에 대한 특허와 1902년, 최초의 더블 크로노그래프 특허를 받았다. 1910년 레글라 공작의 '웨스트민스터 차임' 회중시계를 제작하였고 1915년에는 아인슈타인이 파텍 필립의 금색 회중시계를 주문했다.

최초의 스위스 손목시계, 1868년
최초의 스위스 손목시계, 1868년

1916년, 5분 리피터를 장착한 최초의 여성용 손목시계(No.174 603)를 1923년에는 최초의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 그래프 손목시계(No.124 824)를 생산, 판매하였고 1944년, 스위스 제네바 천문대 대회에서 정확성 부문에서 기록적인 1위를 수상하는 등 기본 칼리버 20여 개의 발명과 100개가 넘는 특허를 획득하였다.

1970년에 스포츠 광이었던 필립 슈테른(현, 명예회장)은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를 위한 스틸 소재의 스포츠 시계 '노틸러스(Nautilus)'를 제작하였다. 스포티함을 더한 노틸러스는 문 페이즈, 퍼페추얼 캘린더, 크로노그래프, 듀얼타임 등 다양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셀렙으로는 브래드 피트, 리오넬 메시, 손흥민이 있다.

손흥민 선수의 노틸러스 5740 퍼페추얼 캘린더 청판(왼쪽)과 노틸러스 크로노그래프 골드 제품.jpg
손흥민 선수의 노틸러스 5740 퍼페추얼 캘린더 청판(왼쪽)과 노틸러스 크로노그래프 골드 제품.jpg

아시아 선수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손흥민 선수는 노틸러스 5740 퍼페추얼 캘린더 화이트 골드 제품을 착용했으며 지난 2022년 3월 월드컵 최종 예선을 위한 귀국 당시에는 노틸러스 크로노그래프 골드, 아쿠아넛 카키 다이얼을 착용하여 파텍 필립의 애호가임을 인증하였다. 노틸러스 골드는 유통가는 1억 중반이며 리셀가 기준으로 3억 5000만원에서 4억 원의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 '제네바 씰'에서 벗어나 '파텍 필립 씰' 도입

스위스 제네바 주 내에서 제조된 무브먼트 중 최상위 모델들에 한해서 '시계품질인증마크' 제도인 제네바 씰(Geneva Seal)은 세계 최고의 명품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 브레게, 오데마 피게, 파텍 필립 등 허용된 브랜드와 시계는 매우 적다.

제네바 인증은 1886년 설립되었으며 스위스 내에서 제조되는 브랜드의 기능적, 미적, 시스템의 퀄리티와 품질에 대한 보증제도이다. 120년 역사의 제네바 인증조차 오랜 전통과 혁신적의 기술력을 보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2009년을 기점으로 제네바 씰과 계약을 파기하고 파텍 필립 자체 씰(Patek Philippe Seal)'을 도입했다.

시계 업계에서 가장 엄격한 지침인 파텍 필립 씰은 무브먼트, 케이스, 기타 외부 구성 요소(다이얼, 핸즈, 푸셔, 팔찌, 잠금쇠 등)에 적합한 시계전체의 기능에 적용되며 무브먼트의 경우 하루 -3/+2초 이하의 허용 오차로 속도를 지정하며 사용된 재료의 품질, 보석의 완벽함, 보석 세공인의 작업을 확인한다.

파텍 필립은 전체 수명 동안의 서비스를 보장하며 1839년 이후 제조된 모든 시계의 유지 관리, 수리 및 복원을 보장하는 유일한 시계 품질 보증서로 제네바에 있는 복원 아뜰리에는 35년 이상 된 모든 시계를 책임지고 있다. 파텍 필립 씰은 제조기업의 철학과 미래 기술 발전을 위해 열려있으며 혁신의 전통을 완벽하게 실현하고 있다.

파텍 필립 로고와 칼라트라바 십자가
파텍 필립 로고와 칼라트라바 십자가

◆ 브랜드 상징 로고 '칼라트라바 십자가'

칼라트라바는 12세기 후반에 설립된 스페인 기사단의 이름으로 그 시대의 기사도와 용감함, 독립을 상징하며 칼라트라바 십자가는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노블레스를 표현하고 있다. 칼라트라바 십자가에 표현된 네 송이의 백합은 한때 프랑스 왕실 문장을 장식했던 전통적인 백합을 연상시킨다.

명성과 주권의 상징은 파텍 필립의 탁월한 기술과 디자인 역량을 표현하는 제왕적 위상으로 파텍 필립의 로고가 되었다. 칼라트라바 십자가는 1887년 4월 27일 법적 보호를 받는 상표로 등록했으며 1908년 1월 25일 갱신되었다.

2015년 온리 워치 경매에서 730만 스위스 프랑 (약111억원)에 낙찰된 파텍 필립 Ref. 5016A-010.
2015년 온리 워치 경매에서 730만 스위스 프랑 (약111억원)에 낙찰된 파텍 필립 Ref. 5016A-010.

◆ 온리 워치(Only Watch)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파텍 필립'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온리 워치 경매는 2005년부터 개최되어 2023년을 기점으로 10회를 맞이했다. 온리 워치 경매는 뒤시엔느 근위축증으로 불리는 희귀성 유전병을 앓는 환우들을 위한 기금 마련 목적의 자선 경매 행사로, 뤽 페타비노가 창립한 모나코 뒤시엔느 근위축증 협회가 주관하며 모나코 국왕인 알베르 2세의 후원을 받아 2년을 주기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되고 있다.

지금까지 126개의 시계브랜드가 온리 워치에 참여, 하이엔드부터 미들레인지, 독립 시계 제작자까지 폭넓은 브랜드가 참가했다. 희소성의 가치로 스페셜한 디자인이나 복각, 단종된 아이템이 출품되면 그 가치가 폭등하기도 한다. 온리 워치 행사 중 '경매의 왕'이라 불리는 파텍 필립은 2023년 9월까지 경매에서 판매된 가장 비싼 시계브랜드 상위 10개 중 9개가 파텍 필립 제품이다.

2015년, 2017년, 2019년, 2021년 모두 온리 워치에 출품한 시계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9년 파텍 필립의 '그랜드마스터 차임'이 3100만 스위스 프랑(한화 약 470억)에 판매되며 온리 워치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파텍 필립 Ref. 6300A-010(그랜드마스터 차임) 모델은 2014년 창립 175주년을 기념하며 20개 기능을 양면 다이얼에 탑재한 디자인이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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