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개점휴업 인공암벽장, 스포츠 메카 자랑하던 김천 맞나

경북 김천시가 2020년 김천종합스포츠타운에 19억원을 들여 개장한 인공암벽장이 올 초부터 개점휴업 중이다. 이유가 황당하다. 법령 개정에 대비하지 못해서라고 한다. 안전 확보가 우선인 스포츠클라이밍의 특성을 감안하면 발 빠른 대처가 아쉽다. 인력을 조속히 구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근무 기간이나 임금 등의 눈높이가 달라서다.

바뀐 법령은 체육지도자를 상주하도록 했다. 이전까지는 안전관리 요원 한 명만 있으면 됐다. 갑작스러운 변경 조치가 아니었다. 법 개정에 따른 유예 기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천시가 모집 공고를 낸 건 지난해 말부터였다고 한다. 급작스럽다. 설상가상 긴급 구인에 최저 시급을 적용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된다. 근무 기간도 8개월에 불과했다. 월요일을 제외한 주 6일 근무 조건이니 자원봉사 수준의 열정페이 요구나 마찬가지다. 현실성이 결여된 근무 여건에 지원자가 있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인근의 문경시는 법 개정에 대비해 일찌감치 적임자를 채용했다고 한다. 김천시의 실책이 분명해 보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김천시는 김천상무 프로축구단, 한국도로공사 여자배구단 등 프로 구단의 연고지다. 이에 더해 각종 운동 종목의 전지훈련장으로 주목받으며 스포츠 메카를 자부하던 차다. 그러나 인공암벽장 관련 대처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3년 동안 암벽에 설치된 홀드의 수와 거리 등의 공인을 받지 않고 운영한 건 둘째치고 코스 변경도 없었다. 암벽 동호인들의 외면은 수순이다. 개장 후 변한 게 하나도 없다며 '자연 바위'라 비아냥대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암벽 자체 높이 18m, 비가 와도 즐길 수 있는 전국 최고 시설'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다.

법령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자초한 곤궁으로 보인다. 김천시가 자랑하던 스포츠 인프라 중 하나였고 기본 시설은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도록 문제점을 짚어 나갈 일이다. 스포츠 메카라는 명성에 흠이 되지 않도록 보완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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