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파묘' 장재현 감독 "숨통 확 틔는 화끈한 영화 시도…이장에도 직접 참여했죠"

"풍수지리, 무속신앙 엮은 후 고난에 찬 민족사 풀어내"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영화 '파묘'. 쇼박스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때 극장에 QR코드를 찍고 들어가 마스크를 쓴 채 영화를 보니 답답하더라고요. 앞으로 극장 영화는 어떻게 될까 고민하다가 숨통이 확 틜 만큼 화끈한 영화, 박력 있는 영화,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사명감이 생겼죠. 그때 '파묘'의 톤(전반적인 분위기)을 잡은 거 같아요."

장재현 감독이 '파묘'를 구상한 계기를 이렇게 밝혔다.

장 감독은 2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파묘'에선 전통적인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었다. 여기에 고난에 찬 민족사를 녹여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설명했다.

'파묘'는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이 어느 부유한 집안의 의뢰로 조상의 묘를 파헤치면서 무서운 일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관객은 늦가을 산골 풍광이 자아내는 스산한 분위기와 귀를 파고드는 기이한 소리에 빠져든다.

긴 세월 무덤 속에 있던 '험한 것'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검은 사제들'(2015)이나 '사바하'(2019)와는 다른 점으로, 관객의 반응이 엇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장 감독은 "'리얼리티 베이스'(사실성 기반)의 영화로 끌고 가다가 뭐가 나오면 불편할 수도 있죠. 그러나 (전작들과 다른) 진보가 없다면 영화를 만드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웰 메이드'로 담백하게 만들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고 생각해 다소 불편할 수 있더라도 끝까지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서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을 결합해 독창적인 오컬트 세계를 구축했다. 서양의 오컬트 장르를 한국화한 K-오컬트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파묘'엔 장 감독이 현장을 누비면서 취재한 결과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한 장 감독은 열다섯 번쯤 이장(移葬·묫자리를 옮기는 작업)에도 직접 참여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어요. 이장은 주로 포크레인으로 하는데, 거긴 포크레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었죠. 비를 맞으면서 삽으로 작업하다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을 봤어요. 그때 파묘란 게 과거의 잘못된 걸 끄집어내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영화의 코어(핵심)를 만들어준 거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도 '파묘'의 강점으로 꼽힌다.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은 흠잡을 데 없는 연기로 관객을 이야기로 끌어들인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최민식과 김고은은 관객의 기억에 각인될 만한 연기를 펼친다.

장 감독은 '명량'(2014)에서 눈 한번 깜짝하지 않고 적에 맞서는 이순신을 연기하고 '악마를 보았다'(2010)에선 무시무시한 살인마로 나왔던 최민식의 새로운 모습을 '파묘'에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두려워하고 겁에 질린 그의 모습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죠. 선배(최민식)를 만나 그 얘길 했더니, 바로 그 자리에서 겁먹은 표정을 보여주더라고요."

'파묘'를 찍을 때 최민식은 쓰러지는 연기를 하다가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다쳤는데도 그 장면의 촬영이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고 참다가 촬영이 끝나자마자 응급실에 실려 가는 투혼을 보여줬다고 한다.

장 감독은 김고은에 대해선 "세계적인 배우가 될 것이고, 지금부터가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배우가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며 극찬했다.

한편 '파묘'는 개봉일에 관객 33만명을 모으며 흥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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