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달라지는 마약범죄대응, 중요한 것은?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오성준 대구남부경찰서 경무과 행정관

향정신성 의약품에 취해 차를 몰다가 시민을 쳐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남' 신모 씨가 지난 1월 열린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전 국민을 공분에 떨게 한 흉악 범죄에 판사가 구형대로 내린 이례적 판결에 국민들은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사건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개선책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예전보다 마약이 민간에 널리 퍼진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 의료용 마약류의 손쉬운 처방과 유통이 살인이나 성범죄 등 흉악 범죄에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씨의 범행 또한 단순한 뺑소니가 아닌, 약물에 취해 저지른 뺑소니라는 점은 이제 일상의 여러 범죄에도 마약이 얽힐 수 있다는 경고다.

물론 의료용 마약류 처방 그 자체를 문제 삼을 순 없다. 진통제로 대표되는 의료용 마약류가 없으면 매 순간을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사는 말기암 환자들처럼, 이는 누군가에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 의료 체계가 마약류 처방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우선 사법기관과 공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현행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또 환자 데이터 감시 인력이 지난 2022년 기준 식약처 소속 직원 10명에 불과한 등 절대적인 인력난 또한 걸림돌이다. 의사가 환자의 마약류 투약 이력을 조회해야 할 의무조차 없다는 점 역시 개선해야 한다. 짧게 말하자면 현행 체계로는 의료용 마약류를 엄격히 관리하기 곤란하다.

정부는 지난해 의료용 마약류 관리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먼저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의 사법기관과의 공조가 개선된다. 올 하반기부터 시범 운영이 예정된 마약류 오남용 통합 감시 시스템(K-NASS)으로 수사 내용이 수사기관과 실시간 공유되는 클라우드 시스템이 구축된다. 이를 통해 식약처와 사법기관이 함께 마약류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처방 시 준수해야 하는 처방·투약 금지 기준을 강화하고, 나아가 환자가 타 병원에서 의료용 마약류 처방 및 투약 이력을 의사가 반드시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기반한 분석 기법이 도입된다. 최신 기술의 도입을 통해 부족한 인력 문제를 개선하고, 데이터 분석을 통한 선제적 조치도 가능해진다.

이 밖에도 마약류 범죄 검찰 사건 처리 기준과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등 범부처 의견도 적극적으로 취합할 예정이다.

정부는 마약범죄에 대한 '엄벌'이라는 채찍뿐 아니라, 갱생에 대한 당근 또한 마련하고 있다. 처참한 실패로 끝난 1980년대 미국의 '마약과의 전쟁'은 큰 채찍만으로는 마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범률이 높은 마약범죄 특성에 주목, 의료·재활 인프라도 확대할 방침이다. 권역별로 마약류 치료 보호 기관을 지난해 대비 5곳 추가해 30곳으로 확충하고, 중독재활센터를 현재 3곳에서 올해 전국 17곳까지 확대 설치하는 안을 준비하고 있다.

채찍과 당근을 얘기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 '마음가짐'이다. 마약 문제가 일상에 스며든 현재 마약중독자를 범죄자로 치부하는 시선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하게 일탈을 저지른 이들로만 볼 게 아니라, 치료받아야 할 이웃으로 생각할 때 비로소 마약 퇴치라는 대의(大義)를 달성할 수 있다. 민·관·경 모두 힘을 합친다면 우리는 다시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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