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필수·지방의료 문제 해결하려면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필자가 필수의료진으로 근무하는 20년 동안 의료기기와 기술은 발전했지만 사람을 살리는 필수의료는 퇴보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는 명확히 느끼고 있다. 이처럼 필수의료에 종사하는 사명감 있는 의사가 줄어드는 원인은 두 가지 요소로 압축할 수 있다. 내용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응급 환자가 입원하고 이들을 치료하는 상급병원의 필수의료진에 대한 대우가 너무 빈약하다. 이러한 상황은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행정적으로 빠르게 해결하지 않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라는 이해 못 할 내용으로 제시했다. 현재 필수의료는 이런 행정적인 시스템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당장 심폐소생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느긋하게 진행되는 정책은 현재 필수의료진을 잃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1차·2차병원 의료진 월급의 절반 정도 급여에 연구, 진료, 행정, 교육 등 다양한 업무를 맡기면서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명확하게 지역거점의료기관에서 일하는 필수의료진에게 현실적으로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정부에서 진정으로 늘리고자 하는 지역의료, 필수의료 인력을 충원하는 첫걸음이다. 의사는 모자라지 않다. 다만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밤을 새우면서 진료하고 처치하고 수술하는 필수의료진이 모자라는 것이고, 이들에게 현실적인 대우를 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의사를 늘려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둘째, 필수의료를 행하는 의료진에게 남발되는 법 적용이다. 의료적 문제를 법적으로 해석하고 현실성 없는 법 해석을 내놓으면서 의료의 최전방에서 일하고 있는 필수의료진은 심한 내적 상처를 받고 다시는 필수의료를 선택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너무나 많이 발생한다. 실제로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 서 있다. 가만히 있으면 무조건 죽고 수술이나 처치를 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오늘도 응급실에 내원하는데 이들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필수의료진에 대한 법적인 면책이 필요하다. 물론 의료 행위를 빙자한 의도된 나쁜 행위는 반드시 지적하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필수의료에 대한 법적 보호가 있어야 환자를 살리는 숭고한 이념을 현실에서 행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괄목상대할 만한 의료 발전을 이뤘다. 이는 정부와 국민의 지지를 통해서 뛰어난 인재들이 헌신한 결과로 세계에서 누가 봐도 좋은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은 서로 합의되지 않은 정책들로 인해 헌신의 노력을 한 의료진에게 너무나 많은 마음의 상처와 회의감을 주고 있음을 정부와 국민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항상 삶과 죽음에서 염라대왕이 제일 싫어하는 일을 해오는 것을 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많은 의료진의 진정을 헤아려서 정부는 이번 의대 증원 정책이 국민, 정부, 의사단체의 협의하에 이뤄지도록 전향적 자세를 취하고, 학생·전공의들은 의료 일선에 복귀해서 같이 즐겁게 환자를 보았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너무 보고 싶다.

모든 일들의 최고점은 당신도 좋고 나도 좋고 모두가 좋은 합의점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정치가 이루려는 최고의 공공선이며 진정 국민들을 위한 길이 될 것이다. 위 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고 협의체를 만들어 우리가 더 멋진 의료를 할 수 있는 길을 정부에서는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