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캐나다 영화감독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첫사랑의 아름다움과 슬픔에 관한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서울에 살다가 캐나다로 이민을 가 미국 뉴욕의 극작가가 된 나영(그레타 리 분)과 그의 어린 시절 친구로 한국에서 살아가는 해성(유태오)이다.
두 사람은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서로 좋아했지만, 나영의 가족이 이민을 떠나면서 헤어진다. 열두 해가 지나 소셜미디어(SNS)로 다시 이어진 두 사람은 화상 통화를 하면서 추억에 빠져든다. 온라인의 만남은 오래 못 가 끊기고, 다시 열두 해가 지나 해성이 뉴욕으로 여행을 가면서 두 사람은 24년 만에 재회한다.
영화는 외국인들에겐 낯선 '인연'이라는 개념을 끌어들여 삶의 신비를 이야기한다. 제목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도 지나간 삶이란 뜻이다. 영화 속에선 '전생'의 의미로 쓰인다.
이 영화는 셀린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어린 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가 뉴욕의 극작가를 거쳐 영화감독이 된 그에게 나영은 분신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극 중 나영의 아빠가 영화감독인 것도 송 감독과 같다. 송 감독은 한석규·최민식·송강호 주연의 '넘버 3'(1997)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송 감독이 자기 체험을 풀어놨기 때문인지 장면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고 공감을 자아낸다. 어린 나영이 캐나다로 가는 비행기에서 동생과 영어 회화 연습을 하는 장면 같은 게 그렇다.
송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돼 수상 여부가 주목된다.
사실상 한국 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CJ ENM과 할리우드 영화사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한 이 작품은 대사의 절반이 한국어인 데다 한국적 세계관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3월 6일 개봉. 106분. 12세 관람가.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文 "이재명, 큰 박수로 축하…김경수엔 위로 보낸다"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검찰, '尹 부부 사저' 아크로비스타 압수수색…'건진법사' 의혹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