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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계절근로자, 고용주 고향 베트남 마을로 초청

베트남 계절근로자 고향마을을 방문한 박상철 이장(오른쪽 네번째)이 이 마을 주민들과 식사자리를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베트남 계절근로자 고향마을을 방문한 박상철 이장(오른쪽 네번째)이 이 마을 주민들과 식사자리를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고국으로 돌아간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자신들을 고용한 농장주를 고향 마을로 초청해 후한 대접을 한 소식이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경북 봉화 법전면 소천1리 박상철(51) 이장과 지난해 이 마을에 외국인근로자로 파견됐던 베트남 국적 라이(42·남) 씨 등 9명이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박상철 이장 집에 근로자로 파견된 라이 씨 등이 수박과 당귀 농사를 지으면서 싹텄다.

박 이장은 "베트남 근로자들이 한국에 왔을 때 마침 옆집이 비어 있어 숙소용으로 사들이고 그들과 함께 6개월 동안 먹고 자며 동고동락했고 쉬는 날이면 울진 바닷가로 함께 놀러도 가고 송이축제장 등을 찾아 즐겁게 지내는 등 한 가족처럼 지내온 것이 좋은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달 박 이장은 라이 씨 등의 초청으로 1주일간 베트남 여행을 해왔다.

"베트남 근로자들이 귀국한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자메시지와 전화(번역기 사용)로 서로 안부를 묻고 전하면서 정을 쌓아 왔고 '꼭 놀러오라'는 부탁 때문에 어떻게 사는지 가보고 싶었다"는 박 이장은 "라이 씨 등은 가족처럼 반갑게 맞아 줬고 2박 3일간 고향 마을에서 닭과 오리를 잡아 귀한 손님 대접하듯 했다. 3박 4일간은 관광지를 돌며 좋은 구경도 시켜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한 대접을 받고 돈독한 정을 많이 쌓았다"고 전했다.

박 이장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가족처럼 지낸 인연을 잊지 않고 고국까지 초대해줘 고마웠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근로자들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소식을 접한 김경숙 법전면장은 "문화와 언어가 서로 다르지만,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례"라며 "농가주와 계절근로자가 고용 관계가 아닌 우정을 쌓는 좋은 인연으로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봉화군은 농번기 일손부족 현상을 없애고자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 등과 '계절근로자 업무협약'을 맺고 일손을 유치하고 있다. 올해는 봉성면에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를 신축, 농가 일손을 지원할 계획이다.

베트남 계절근로자 고향 마을을 방문한 박상철 이장(오른쪽 네번째)이 주민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봉화군 제공
베트남 계절근로자 고향 마을을 방문한 박상철 이장(오른쪽 네번째)이 주민들과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봉화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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