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사월의 봄을 기다리며

김일환 화가(전 대구미술협회 회장)

김일환 화가(전 대구미술협회 회장)
김일환 화가(전 대구미술협회 회장)

요즘 세상사의 흐름 속에서는 분명한 것도 없고 진실의 본질성도 명확하지 못하다. 사회 전반에 앞장서 이끌어 가야 할 상위 그룹들의 윤리의식이 문제다. 특히 정치인들의 도덕성 결여로 부조리가 만연해 오랜 세월 속에 축적되어 온 전통과 관습에 의한 통상의 사고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

그들의 저급한 언어 구사와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는 이미 도를 넘었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품격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부끄럼도 없고 체면도 없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정치적인 피로감의 누적으로 그저 그러려니 하면서 외면과 무관심으로 지나쳐 버린다. 안타깝게도 민주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정신인 주인의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되새겨 보면 6·25전쟁 이후 굶주림과 헐벗고 힘든 세월들을 겪은 뒤 산업화와 단합된 자유민주화의 열망으로 한강의 기적과 같은 많은 것들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왠지 공허한 느낌이 든다.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것 같고, 보람찬 희망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우리의 권리와 의무를 행할 수 있을 때 신중하지 못했고 우리에게 선별의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선택하지 못한 잘못인 것 같다.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세속에 안주해 '하여가'를 부르면서 진실과 본질을 외면한 채 집단 이기심으로 무장했고 모든 것이 오직 민생과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믿을 수 없는 데이터나 여론조사를 앞세워 그들의 주장이 곧 국민들의 뜻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외친다. 동상이몽이다. 국민을 위한다면서 꿈은 다른 꿈을 꿔 놓고 국민과 같은 꿈이라고 우긴다. 그러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한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국민들은 타성에 젖어 새로운 꿈을 꾸지 못하고 있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했다. 이제 우리 스스로가 자구적인 노력으로 희망의 새로운 꿈을 키워야겠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듯이 우리의 메마른 가슴에 괭이질로 새로운 고랑을 내어 물을 대야겠다. 새로운 물꼬로 새로운 의식의 전개를 위한 사회운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건전한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시민운동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 모두가 선지자적인 의식의 전개가 필요하다.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 존중하고 존경받는 사회, 그리고 믿음이 가는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슴을 열고 통 큰 포용력을 발휘해야겠다. 그래서 정치적인 흑백논리와 당리당략, 선당후사의 시위소찬에서 벗어나 애국 애족의 새로운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더불어 시대정신에 걸맞은 고매한 인품을 지닌 성직자와 지성인들의 많은 출현을 고대한다. 그들의 해박한 직관으로 세태를 바로 보고 국민들의 궁금증과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는 쓴소리라도 늘상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아울러 새로운 정보로 사회의 모든 의문점을 파헤쳐 주던 믿음과 신뢰를 갖게 하는 올바른 언론 매체의 건전성을 존중하게 된다.

유난히도 매섭고 추웠던 암울한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생각을 바로잡아 따뜻한 가슴으로 새싹이 움트는 봄의 정령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 만개한 꽃향기로 사월의 화창한 봄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꿈과 함께 즐길 수 있게 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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