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 소설가와 신평 변호사가 도태우 후보(대구 중구남구·무소속)의 국민의힘 공천이 취소된 데 대해 21일 "대구경북 지역민의 자존심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두 사람은 이날 대구 모처에서 가진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같이 말했다. 도 후보가 '문학과 삶에 있어 큰 스승'으로 부르는 이 소설가는 현재 도 후보의 후원회장도 맡고 있다. 신 변호사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 윤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다.
이 소설가는 "국민의힘이 용서하지 못할 일을 했다. 그간 도태우 후보와 개인적 관계가 있어 말을 못했는데 국민의힘이 웃기는 짓을 하고 있다"며 "대구에서 광주 얘기를 했다고 공천이 취소될 수 있는가. 한동훈이 도대체 누군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4일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경선과 결선 투표를 거쳐 공천된 도 후보의 공천을 취소한 바 있다. 앞서 공천을 유지하기로 했다가 이를 뒤집어 더욱 논란이 됐다. 도 후보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상태다.
이 소설가는 "다 해놓은 공천을 취소하니 대구 사람이 아닌 나도 화가 났다. 대구 사람들은 얼마나 더 화가 났겠나"라며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에 반드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신 변호사는 도 후보의 발언 당시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공천을 취소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도태우 후보가 한국 사회 주류적 인식과 어긋난 발언은 한 건 맞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말을 하게 된 문맥, 콘텍스트(context)를 봐야 한다. 당시 상황이 어땠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그를 동정하며 심정적으로 동조화 현상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 광화문 등에서 박 전 대통령을 위해 집회를 연 분들의 기준에서 보면 도 후보의 발언은 그렇게 센 것이 아니라 합리적일 수 있었다"며 "그걸 지금 문제 삼아 문맥을 무시하고 공천을 번복한 폭거는 너무 지나친 일이다. 대구경북 지역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심야에 도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15일 곧장 광주를 찾아 "저와 국민의힘이 5·18 민주화항쟁을 어느 정도로 존중하는지 선명하게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광주와 호남의 마음을 얻고 싶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마치 도 후보를 자른 것을 하나의 전리품으로서 광주 시민에게 보고하듯이 말했다. 이게 이럴 수가 있느냐"며 "대구경북 지역민의 자존심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적 예다. 껄끄럽고 불쾌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민의 의사, 중심 여론에서 벗어나 있다. 윤석열 정권의 버팀목인데도 (한동훈 위원장이) 개밥에 도토리식으로 대하고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또 "윤 대통령이 당선된 날 아침 쉰 목소리로 전화가 와 '제가 이번에 대구경북 지역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 그 덕에 당선됐다'고 말씀하셨다. 대구경북이 정권 창출에 가장 큰 역할 했음에도 주류적으로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 길에서 많이 소외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한다"고도 했다.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와 관련해 이 소설가는 "대구경북으로선 잘 생각해서 판단할 게 많다. 비대구적인 것, 엉뚱하고 이상한 짓에 대한 야성이 있었는데 대구 사람들의 기가 많이 죽었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총선 전망과 관련해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변곡점이 올 것으로 기대된다. 한동훈 위원장의 당무 독점과 전횡이 완화되고 다양성을 갖춘 팀플레이로 나가면 해볼 만하다. 다만 한 위원장이 양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두 사람은 무소속 출마에 나선 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면서 도 후보에 대해 이 소설가는 "도태우 후보는 자기가 처한 자리에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다. 정말 어려운 일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있을까 싶을 때도 군말 없이 잘해냈다"고 평가했다.
신 변호사는 "한국의 중요한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고난의 서사와 사람을 끌어 모으는 힘 두 가지를 가져야 하는데 도 후보가 모두 가졌다. 정계에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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