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어지는 ‘유연한 처리’, 면허정지 대상 전공의 수천 명 쌓일 듯

당정 협의 일주일이 자나도 결론 안 나…지금 처분 내려도 5월은 돼야 발동

2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2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의정 대립 속 실종된 공공의료 찾기 대구 시민 행진의 날' 집회에서 대구 보건의료단체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시민 불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전공의 집단 행동은 시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에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 처분에 대해 '유연한 처리'를 주문했지만 아직까지 처리 방안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면허정지를 받게 될 전공의 숫자도 늘어나고 전공의들의 면허정지가 시작되는 기간도 계속 밀리는 등 정부와 의료계가 타협하더라도 의료 공백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3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주문, 당정이 일주일 동안 논의를 이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전 11시 기준 당시 서면 점검을 통해 확인한 100개 주요 수련병원의 이탈 전공의 수는 1만1천994명이었다. 정부는 이들에게 업무개시명령 위반에 대한 행정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정부는 행정처분 대상 전공의들에게 원인이 되는 사실과 법적 근거를 사전 통지한 뒤 이에 대한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친 뒤 처분을 내린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이 늘고, 따라서 차례로 최종 면허 정지 대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복지부 관계자는 "가장 먼저 면허 정지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 35명의 경우 의견 제출 기한이 이달 25일까지로 끝났는데 다음 날 면허 정지 대상 전공의들은 1, 2명 정도였다"며 "하지만 다음 날부터 수십명씩으로 늘어 이번 주에 100명대가 됐고, 다음 주에는 수백, 수천명으로 갑자기 확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면허정지를 받는 전공의들의 숫자가 불어나는 것도 문제지만 밀리는 행정처분으로 인해 의료 공백 상황의 해결 시점도 같이 밀릴 가능성도 문제다.

복지부가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때도 이들은 폐문부재(문이 잠겨있고 사람이 없음) 등의 방식으로 명령서 수령을 회피했기 때문에 홈페이지 공고 등으로 공시송달 한 뒤 면허정지 최종 통지서까지 폐문부재 방식으로 수령을 거부한다면 실제 이들의 면허정지 시점은 5월에나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만약 5월에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해 면허정지 3개월 처분이 내려진다면 지금의 의료공백 상황은 올 여름을 넘겨 가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환자들은 길어지는 의료 공백 사태에 분통만 터트리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5일 성명에서 "의료계와 정부는 정말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죽어 나가는 상황이 되어서야 이 비상식적인 사태의 종지부를 찍을 셈이냐"라고 반문하며 "우리의 목숨은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으로 희생되어도 좋을 하찮은 목숨이 아니다"라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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