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허황한 반성·약속을 믿을 것이 아니라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019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가족이 운영하는 학교법인 웅동학원과 관련해 사익 편취 의혹이 일자 "웅동학원을 국가나 공익 재단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웅동학원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도 했다. 선한 얼굴, 진정성 가득한 목소리로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을 잠시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온 저의 실천이다. 전 가족이 고민해 내린 결정이다"고 말했다. 약속한 날로부터 4년 7개월이 지났지만 조국 대표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웅동학원은 사회에 환원되지 않았고, 조국 대표의 모친은 여전히 웅동학원 이사장이다. 진심은커녕 위기 모면용 거짓 약속이었던 것이다.

대학생 딸을 자영업자로 꾸며 11억원의 '불법대출(편법이 아닌 명백한 불법이라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규정)'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안산갑)가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두고두고 좋은 정치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생 미군 성 상납 발언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민학생·위안부 등과 성관계 가능성을 주장했던 김준혁 민주당 후보(경기 수원정)도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후보(비례대표)는 아들이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택했다가 논란이 일자 "아들이 한국 국적을 회복하고, 대학 졸업 직후 군대에 갈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말을 믿어야 할까.

논란이 들끓고 있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문제가 된 후보들의 사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본부장은 후보들의 논란과 관련, "경기도에 최근 들어 며칠 사이에 큰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만 더 버티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이런 자들의 '반성한다'는 말이 조국 대표의 위기 모면용 거짓 약속과 무엇이 다를까.

황운하 의원은 울산지방경찰청장 시절 문재인 청와대의 하명을 받아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그는 재판을 받으면서 21대 국회의원 임기 4년을 거의 다 채웠다. 그것도 모자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22대 총선에 조국혁신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이 유력시되고 있다. 역시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재판 중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도 임기 4년을 다 채웠다. 범죄로 기소돼 1심, 2심 유죄를 받았지만 반성하는 척할 뿐이며 당선돼 대부분 임기를 다 채우는 것이다.

5일과 6일은 4·10 총선 사전투표일이다. 문제 많은 후보들과 잡범들의 반성과 허황한 약속을 믿을 것이 아니라 투표소로 달려가 심판해야 한다. 정치는 나라를 바꾸고, 국민 개인의 삶을 바꾼다. 그런 정치를 바꾸자면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 사전투표의 '부정'을 의심하는 유권자들도 많다. 하지만 지난 21대 총선 이후 많은 문제들이 개선됐다. 염려하지 말고 지금 바로 투표소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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