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루 700g 먹어" 유해 조류 배설물로 뒤덮인 안심습지…대구 올해 첫 '총' 빼들어

‘민물가마우지’ 텃새화…전국 곳곳 피해
"왕성한 식성에 생태계 교란 문제 발생"

12일 오전 대구 동구 금호강 안심습지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가 엽총을 이용해 유해 생물 민물가마우지 포획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전 대구 동구 금호강 안심습지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가 엽총을 이용해 유해 생물 민물가마우지 포획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겨울 철새 민물가마우지 텃새화로 생태계 교란이 이어지자 대구에서 첫 총기 포획이 시작됐다. 지난달 환경부가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함에 따라 총기를 사용한 직접 살생이 가능해지면서다.

12일 오전 10시 대구 동구 금호강 안심습지 버드나무 군락지. 버드나무 군락지 먼 거리에서 봐도 민물가마우지 떼의 배설물이 쌓여 나뭇가지들이 희뿌옇게 뒤덮인 모습이었다. 강한 산성을 띠는 민물가마우지의 배설물은 수목의 광합성을 방해해 하얗게 말라 죽이는 '백화 현상'을 일으킨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에는 80여 개의 둥지가 만들어져 있었고, 나무 사이 사이에는 검은색 점이 박힌 듯 수십여 마리가 앉아있었다.

이날 총기 포획 현장에는 야생생물관리협회 소속 엽사 14명 외에도 동구청 환경과 관계자, 동부서 범죄예방질서계 관계자가 함께 했다. 안심습지에서 총기 포획을 하는 사례가 올해 처음인 데다 총기 발포 현장이 도심지 인근이라 안전 문제에 각별히 유의한다는 차원이다.

민물가마우지 포획에 나선 엽사들도 이날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박영규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 동구 지회 사무장은 총기 포획을 시작하기 전 엽사들을 향해 "이곳은 산과는 달리 금호강변을 따라 산책하는 시민들도 있고 민가도 많다. 총구는 45도 이상 들고 수면부로는 절대 쏘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했다.

보트를 타고 도착한 버드나무 군락지는 민물가마우지 새끼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바닥에 있는 잡풀과 나뭇가지도 새의 배설물로 새하얗게 뒤덮여있었고 악취가 곳곳에서 풍겼다. 엽사들이 몸을 숨길 천막 2곳도 마련돼 있었다. 엽총 소리가 들리는 순간 민물가마우지 떼가 놀라 달아났다가 사람이 보이지 않아야 경계심을 풀고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엽사들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새들을 주시하다 대여섯 번이 넘는 사격 끝에 한 마리 씩 잡기 시작했다. 최현국 야생생물관리협회 대구 동구 지회 지부장은 "가마우지는 몸이 가늘고 길어 총알을 맞출 수 있는 유효 면적이 적어 잡기가 매우 어렵다"며 "5~10발을 쏴야 한 마리 잡을까 말까 할 정도"라고 말했다.

최 씨는 또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우는 가마우지의 왕성한 식성 때문에 수중 생태계 파괴 문제가 심각하다"며 "후손들은 물고기 구경을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동구 금호강 안심 습지에는 100여 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서식 중이다. 겨울 철새였던 민물가마우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 천적 감소 등으로 인해 텃새화하고 있다.

대구에는 2, 3년 전부터 한 두 마리씩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지난 해부터는 여러 마리가 떼로 등장해 몰려 다니기 시작했다. 먹성이 좋아 내수면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배설물로 주변 수목을 고사시키는 등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

민물가마우지는 하루에 약 700g의 물고기를 먹을 정도로 먹성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목구멍이 유연해서 1리터(ℓ) 짜리 페트병도 삼킬 정도라 큰 물고기도 무리 없이 잡아 먹는다. 번식력도 뛰어나다. 박 사무장은 "총기 포획을 하지 않고 놔두면 내년에 개체수가 5배는 증가한다"고 말했다.

오후에는 버드나무에 자리 잡은 둥지와 민물가마우지 새끼 포획 활동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뤄진 포획 활동으로 민물가마우지 성체 19마리, 새끼 25마리, 알 100여개가 포획됐다.

동구청 환경과 관계자는 "전국적 피해와 함께 환경을 걱정하는 구민들 민원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라 다음 달 12일까지 민물가마우지 집중포획 기간으로 정했다"며 "안전사고 없이 포획 활동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2일 오전 대구 동구 금호강 안심습지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가 유해 생물 민물가마우지 포획 작업을 위해 보트를 타고 하중도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12일 오전 대구 동구 금호강 안심습지에서 야생생물관리협회 관계자가 유해 생물 민물가마우지 포획 작업을 위해 보트를 타고 하중도로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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