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의힘, ‘중도 확산’이 아니라 ‘보수 우파 결집’이 우선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에 이어 8일에도 "전반적으로 외연 확장을 도모하다 보니까 보수층이나 보수 내부의 결집을 위한 우리 공통의 인식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구태의연하다'는 비판이 있다. '중도층 공략에 실패했기 때문에 4·10 총선에서 패했다'는 평가도 많다.

황 위원장에 대한 여타 비판과 별개로 '보수 우파 결집' 판단은 옳다고 본다. 총선은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그럴수록 지지층을 결집해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했다. 국민의힘은 그것에 실패했다. 4·10 총선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중도층 확장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이른바 '사천(私薦)'과 친문(친문재인)계 공천 배제로 민주당 지지층이 실망했다. 3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바람이 불면서 민주당 공천에 실망해 투표할 마음이 없었던 민주당 전통적 지지층들이 결집해 투표장으로 나갔고,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지역구는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 것은 '중도층 공략' 덕분이 아니라 조국혁신당 등장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덕분이다.

한국에서 '정치 중도층'은 존재가 불분명하다. 설령 존재하더라도 이들 각자는 희망 사항이 제각각이라 모두를 내 편으로 끌어오기 어렵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결국 느슨한 지지층을 얼마나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국민의힘은 보수 우파 색채를 옅게 할 궁리를 할 게 아니라, 그 정체성을 다지고, 그 가치의 옳음을 널리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이해(利害)가 명확한 계층'을 '타깃 공략'해야지, 애매한 중도층 찾느라 우파 가치를 등한시하면 지지층이 떠난다. 지난 총선 국민의힘의 운동권 출신 공천, 비대위와 수도권 후보들의 대통령실 비판, 도태우·장예찬 후보 공천 취소 등은 중도층을 겨냥한 것이지만 중도는 오지 않았고, 지지층은 떠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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