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기업 밸류업도 세법 개정 없이는 무기력

한국거래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가이드라인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주요 재무지표(시장 평가, 자본 효율성, 주주 환원, 성장성)에서 성장성 항목 내용을 추가했다.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주가를 일정 목표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수치화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우수 밸류업 공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수도 산출해 상장지수펀드(ETF) 등 연계 상품을 올해 안에 선보이고, 우량 기업의 상장 심사와 부실 기업 퇴출도 속도를 낸다. 가이드라인은 27일 시행되며, 이후 준비된 상장사부터 공시에 나선다.

그러나 최종안이 정부안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상속세 완화 등 법 개정이 이뤄져야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다 보니 시장 반응은 미지근할 전망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6일 '상속세제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1996년 40%에서 2000년 50%까지 지속 인상된 상속세율을 인하하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는 제자리걸음인데 상속·증여세 징수액은 1997년 1조5천억원에서 2022년 14조6천억원으로 9.7배 늘었다. 상속세가 기업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고 상의는 주장했다.

상의는 상속세율이 최고 60%(대주주 할증 과세 포함)인 현 제도에선 최대 주주들의 관심사는 밸류업보다 상속세 재원 마련에 쏠릴 수밖에 없어 세율 조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주주 환원, 자사주 소각 등으로 주가를 올려봐야 상속세 부담만 커지기 때문이다. 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법인세·배당소득세 감면도 밸류업 성공의 선결 과제다.

오는 7월 기획재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내용이 담길 전망인데, 여소 야대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야당이 대주주 및 대기업 특혜라며 반대해서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중소·중견기업이다. 세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밸류업 참여가 득 될 게 없다고 판단해서다. 정부 여당은 여론의 뒷받침과 실질적 지원책을 이끌어내야 한다. 야당은 편가르기식 정책 반대에서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1천400만 개인 투자자들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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