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권광역철도(이하 대경선)가 개통 1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과 앞으로의 시간을 바라보는 경북 구미 구도심 상권에는 대경선을 타고 구미를 찾는 외부인들이 늘어난다는 기대감과 소비를 위해 대구로 빠져나간다는 우려가 동시에 깔려 있다.
대구와 경북 남부권을 잇는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인 대경선은 누적 이용객 500만 명을 돌파하며 교통 인프라 측면에서 성과를 냈다. 시민들의 이동은 눈에 띄게 편해졌고, 라면축제 등 각종 행사 때 구미를 찾는 외부 방문객도 이전보다 늘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체감하는 구미 구도심 상인들의 목소리는 다르다. 대경선 개통 이후 '빨대 효과' 때문에 손님이 늘었다고 말하는 가게보다, 오히려 소비가 더 빠져나간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개통 6개월 무렵, 구미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금리단길에서는 사흘에 하루 간격으로 가게를 내놓겠다는 전화가 오고, 역전로 일대는 이미 폐업 상가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우려를 토로했다.
구미역 인근 상인들 역시 SNS를 통해 인파가 가장 많아야 할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 한산한 거리 모습을 공유하며 씁쓸한 현실을 전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구미라면축제 기간에는 대경선 구미역 이용객이 3만4천여 명으로 평소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일시적인 유동 인구가 상권의 체질을 바꾸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상권 침체의 해법으로 반복돼 온 것은 일시적인 재정 지원이었다. 각종 할인 행사와 이벤트성 예산은 단기적인 매출 보전에는 도움이 됐지만, 소비 구조와 경쟁력을 바꾸지 못하면서 지원이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상황이 되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구미시는 '문화로 자율상권 활성화' 계획을 내놓았다. 이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자 구도심을 살릴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평가를 받는다.
구미시는 지난 2월 24일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공식 지정받은 사업 예산(5년간 최대 100억원)을 통해 단순한 상권 정비를 넘어 '자립하는 상권'을 목표로 한다. 상권의 매력을 높이고 방문객 유입을 늘려 원도심이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겠다는 게 구미시의 구상안이다.
1단계에서는 상권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방문객을 끌어들일 핵심 콘텐츠와 랜드마크 조성에 주력한다. 시설 개선에 그치지 않고 문화와 관광 요소를 결합해 독창적인 공간으로 재편할 방침이다. 2단계는 상권조합의 재정적 자립과 운영 시스템을 완성해 외부 지원 없이도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다만 이 사업의 성패는 예산 규모가 아니라 '누가, 어떤 시각으로 상권을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존 상권의 기득권 논리나 소수의 이해관계에 갇힌 의사 결정으로는 경쟁력 있는 변화의 동력을 만들기 어렵다.
상권을 살리는 일은 건물주나 일부 점포의 책임이 아니라 도시의 소비 흐름과 공간 경쟁력을 다시 짜는 작업이다. 상권·관광·문화 콘텐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외부 전문가와 젊은 상인, 현장 경험이 풍부한 실무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이제 구미는 축제와 이벤트로 잠깐의 인파에 기대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경선이라는 교통망 위에서 사람들이 머물고, 걷고, 소비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개통 1주년을 맞이한 대경선은 구미에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지금이 구미 구도심을 되살릴 수 있는 '라스트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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