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임위 독식' 巨野 의정사상 초유의 폭주…민주주의가 사라졌다

11개 상임위 독식, 남은 7개도 압박
2당 몫 법사위·여당 몫 운영위…신사협정 깨고 위원장직 강탈
국힘 “이재명 방탄 의도” 반발…야권 내부 “역풍 부른다” 우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사 선출을 위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사 선출을 위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임계를 제출한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의 자리가 텅 비어 있다. 연합뉴스

원내 제1당(171석)인 더불어민주당이 의정사상 초유의 폭주를 시작했다.

제22대 국회 임기 시작과 함께 여야 협치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들을 모두 무시하고 '힘자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회는 10일 저녁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운영위원회(운영위) 등 11개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다. 선출된 상임위원장은 모두 민주당 소속이었다. 입법부 내 견제와 균형을 위해 원내 제2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온 관행이 깨졌고 야당이 국회의장·법사위원장·운영위원장을 독식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나아가 민주당은 13일까지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남은 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도 모두 민주당이 맡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달성군)는 10일 심야 본회의장 외부에서 진행된 규탄대회에서 "오늘 민주당도 죽었고, 국회도 죽었다"며 "대체 누굴 위한 폭주냐. 오로지 이재명 방탄, 이재명 수호,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추 원내대표는 "이 모든 것을 중재해야 하는 국회의장이 민주당 의원총회 대변인으로 전락했다"면서 "이제 이 나라에 진정한 국회의장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소속 국회의원 108명 전원은 11일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정치권에선 ▷유력한 대권주자인 원내 제1당 대표의 목을 조이는 사법 리스크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제1야당 대표 ▷야당으로 완전히 기운 총선 결과 ▷국회의장의 중재 역할 부재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국회가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 운용에선 여야 합의가 우선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의 중재가 시도된 후 마지막 수단으로 다수결이 동원된다"며 "정권과 여소 야대 정국을 주고받으면서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으로 지켜온 국회의 좋은 관행과 선례들이 깨졌다는 점에서 민주당이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제2당 몫의 법사위'와 '여당 몫의 운영위' 관행은 국회에서 그동안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민주당이 제2당이고 여당일 때 강력히 요구했던 내용들이다.

심지어 야권 내부에서도 '신사협정' 파기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대표 이후에는 민주당 간판으로 정치를 안 할 것이냐!'는 자조까지 쏟아진다. 향후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여소 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면 어떻게 상황을 타개할 것이냐는 염려도 넘쳐난다.

야당의 한 중진은 "초가삼간 다 태워도 특정인 대통령만 만들면 그만이라는 마음가짐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망치고 국민적 역풍을 부른다"며 "국민 우선과 이성이 작동하는 국회로 돌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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