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삼덕동에서 한 한옥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임재양(69) 원장은 44년 차 외과 전문의로 전공은 유방암이다. 진료 예약을 잡으려면 최소 4개월 전이라야 가능할 정도로 유방·갑상선 분야에선 이름이 나 있다.
임재양 하면 유명한 분야가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채식과 건강한 식탁 운동'이다. 그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30년 전만 해도 유방암은 우리나라에서 1년에 3천명 정도 걸릴 정도로 드문 암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여성 암 1위로 올라서더니 현재는 1년에 3만명 넘게 걸릴 정도로 발병율이 증가했다.
학계에서는 서구화된 생활 습관과 환경호르몬을 그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임 원장이 채식과 건강한 먹거리에 집중하는 이유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환경호르몬을 피하기란 어려운 일이고 일단 몸에 들어온 것을 잘 배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면서 "배출에는 식이섬유 섭취, 채식이 답"이라고 했다. 환경호르몬이 몸에 들어오면 몸 속 지방에 붙어서 온몸을 돌아다니는데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이를 흡착해 대변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임 원장 또한 15년 전부터 자택 텃밭에서 직접 농사를 지어 채식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는 이제 의사가 할 일은 약 처방 외에도 '병 종류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 자란 음식을 어떻게 먹고 어떻게 요리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한다. 환자들에게 식이섬유의 효능과 건강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의 중요성 등 의사가 주도적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알리는 것, 이것이 그가 제안하는 '제4의 식탁'이다. 이런 내용을 담아 6년 전 책도 냈다.

두 달 전에는 '집밥하기'의 중요성과 방법을 의학적 관점에서 설명한 책 '우리 집밥해 먹지 않을래요?'도 출간했다. 집밥은 개인의 건강 뿐 아니라 환경호르몬을 적게 배출한다는 점에서도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는 지론에서다.
책에서 임 원장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건강하게 키운 농산물(물과 비료가 부족해 비틀어지고 벌레 먹은 농산물)을 먹고, 조리도 굽고 튀겨서 맛있게 먹을 것이 아니라 날 것이나 쪄서 먹는 등 소박하게 먹자고 제안한다. 무조건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안 먹고 쉬는 시간을 줘 몸의 치유 능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도 설명한다. 아울러 요리를 할 때 소금, 식초, 기름 등 조미료는 어떤 것을 고르는 것이 합리적인지, 간단하게 해 먹을 수 있는 집밥은 어떤 것이 있는지도 소개한다.
그는 2년 전부터는 오프라인으로도 '건강한 식탁' 운동을 펼치고 있다. 병원 뒤에 '한입별당'이란 공간을 마련해 놓고 매달 한 번 100여 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음식에 대한 강의와 실습 등을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혼자 독립적으로 건강한 한 끼를 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이런 그도 올해 당혹스런 일을 겪었다. 건강검진에서 전립선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됐고 회복 후 일상에도 복귀했다. 임 원장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병에 안 걸린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데 생로병사의 원리를 망각한 것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식탁, 집밥하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렇게라도 해야 질병 발병율을 낮추고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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