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화령 연화대좌〉
마침내 떠났다
무상無上도 무상無常일까
이 높은 곳의 자리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모른다
아무도 몰라서 넓은 세상 꽉 찬 세상
있고 없음 또한 둘이 아니어서
누군가 지어 올린 차향茶香을 타고
능선으로 걸렸다가
허공으로 피어
바람으로 흩어진다
아무도 없어 무심코 지나치는 자리
비었지만 차오르는
사라진 느낌의 이 충만함
누가 누구를 떠날 수 있을까
머물다 흘러가는 구름 그림자에
새소리 반짝, 스미기도 한다

<시작 노트>
흔적은 남아 있는 자취다. 경주 남산의 높은 고갯길에서 부처님의 흔적를 만나다. 무슨 연유인지 불상은 없고 텅 빈 자리만 남았다. 주머니가 비듯 허기가 질수록 기도는 절실해지는 법. 빈자리만 남았지만 충만한 무언가가 있다. 이 부재가 부처님의 구현 방식일까. 떨어지는 새소리마저도 중생의 절실한 기구로 스민다. 천년도 넘은 세월 저편, 충담 스님이 길일에 정성스레 차를 지어 올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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