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출시된 이래 업계를 주도해온 악보 프로그램 피날레(Finale)의 개발사인 메이크뮤직(MakeMusic)은 더 이상 새 버전을 출시하지 않고 개발을 중단할 것을 발표했다. 피날레는 오랜 역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많은 음악인들의 선택을 받으며 동종 업계를 선도해왔으나 직관적인 기능으로 사용자의 접근성을 높인 스타인버그(Steinberg)사의 도리코(Dorico)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자리를 내줬다. 피날레의 사용자들은 기존의 익숙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의 적응을 위한 변화의 기로에 서게 됐다.
변화는 적응과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일 경우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조건이나 상황으로서의 환경은 자연적, 또는 인위적 활동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속성을 갖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문화적 가치도 함께 변화하게 된다. 이런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갖춘 개체만이 진화를 이룰 수 있으며 만약 적응에 실패한다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필립스와 소니가 공동으로 개발해 1982년 상용화된 CD(Compact Disc)의 등장은 음악의 재생과 저장 방식의 혁신을 가져오며 음악 산업을 크게 변화시켰다. CD 규격의 표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약 60분의 음악을 담을 수 있는 11.5cm 규격이 최초로 논의됐으나 클래식의 대중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의 제안으로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수록할 수 있는 약 74분 분량의 12cm 규격이 채택됐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CD는 오디오 시장을 지배하며 문화적 흐름을 이끌었지만 인터넷의 상용화를 기반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서비스가 음악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디지털 음원이 점차 CD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은 지속 가능한 혁신의 전략으로서 ESG 경영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시대적 가치의 변화를 유도하고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하지만,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발생될 수 있는 자립성과 문제해결 능력의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
변화는 반드시 찾아오는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현재의 익숙함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변화의 흐름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주도적이고 유연한 태도는 진화의 성공률을 높인다.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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