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Jungfrau)는 스위스의 장엄한 경관과 자연의 신비스러움을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마치 꿈속 풍경처럼 펼쳐진 알프스의 경이로움을 체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전망대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를 향해 가며 또 한 번 만년설이 유혹하는 알프스의 매력에 빠져든다.
알프스산맥으로 둘러싸인 평화로운 마을 벵엔(Wengen)에서 생수처럼 깨끗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라우터브루넨(Lauterbrunnen)으로 향했다. 초대형 아이거 익스프레스(Eiger Express)를 탑승하며 스위스에서 가장 높은 산, 해발 4,158m 정상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융프라우요흐(해발 3,454m)에 도착해 문을 열고 만년설을 밟았다. 날씨의 변덕에 따라 모습을 감추기도 하는 융프라우는 "젊은 처녀의 어깨"가 아니라 "신비스러운 처녀의 어깨"라고 부르고 싶다.
눈앞에 펼쳐진 전망대 풍경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하늘의 끝에서 하얀 구름과 설산이 어우러져 초점을 흐리는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여름 햇살 아래 녹지 않고 남아있던 눈이 융프라우요흐를 황홀하게 빛나게 했다. 360도 파노라마 뷰는 모든 근심을 잊게 해주는 마법 같은 순간이었고, 연신 인증샷을 찍는 여행객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눈과 마음에 한참을 담아 두었다.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에서 샾(#) 신라면 물결
광고론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맛집과 일타 강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정답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광고 효과를 누린다는 것이다. 스위스의 눈 덮인 설산,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 지구촌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신라면으로 추위를 녹인다. 이들은 만년설을 배경으로 신라면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며 정상에 오른 여유를 즐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진과 동영상을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공유하며 '샾(#) 신라면' 물결을 이룬다.
융프라우요흐에서 만년설을 밟다 보면 잊고 있던 허기가 느껴진다. 바로 그때가 몸을 녹여줄 따뜻한 신라면이 필요한 순간이다. 추위를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면, 하나둘 구수한 라면 냄새가 얼어붙은 공기를 녹이고 있다. 몇 배의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도 신라면을 찾는 사람들은,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심리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농심의 신라면이 융프라우요흐에서 전략적이거나 의도적으로 광고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SNS 사용으로 인해 끊임없이 홍보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를 알게 되면 이를 숨기려 하기보다 오히려 SNS에 공유하며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심리가 있다. 이러한 자발적인 공유는 신라면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마케팅 효과를 창출했다. 신라면의 세계적 인지도와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공유는 K-브랜드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제33회 파리올림픽에서 선전하는 태극전사들처럼, 신라면도 전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국, 마케팅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브랜드'다. 융프라우요흐 정상에서 의도하지 않은 신라면 브랜드 파워 탄생은 농심의 효과적인 광고 전략이 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게 만드는 전략이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유튜브가 제작한 농심 신라면의 소리(The Sound of Delicious Shin Ramyun) 광고가 화제가 된 사례가 있다. 이 광고는 신나는 음악 소리에 맞춰 도마 위의 칼질 소리, 끓는 냄비를 두드리는 초조한 젓가락 박자, 뜨거운 김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유명 모델도 없고 대사도 하나 없이 오직 소리만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 광고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를 울리는 농심 신라면, 어디서나 맛있는 소리"라는 이 광고는 마케팅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제는 잘 팔리는 제품을 구글 같은 포털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먼저 의뢰하는 세상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제조사가 광고를 찾아 의뢰하고 제작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는 현상이다. 참으로 경이로운 세상이다.
이 두 사례는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SNS 공유와 포털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통적인 마케팅이 새로운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연결이 더욱 견고해지며, 기존 광고보다 훨씬 더 높은 마케팅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제네바(Geneva)와 레만(Leman)이라 부르는 호수
스위스의 숨겨진 보석, 제네바호가 있는 몽트뢰(Montreux)에 도착했다. 프랑스 레만호 너머로 알프스의 눈 덮인 봉우리들이 제네바호에 반사되어 거대한 거울처럼 몽트뢰를 비추고 있었다. '꿈같은 마을'이라 불리는 몽트뢰는 이곳을 찾은 예술가들의 마음을 고요한 빛으로 매료시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경계를 이루는 호수를 따라 스위스 쪽에는 제네바(Geneva), 로잔(Lausanne), 베베이(Vevey), 니옹(Nyon), 몽트뢰(Montreux)가 있으며, 프랑스 쪽에는 토농(Thonon), 이브아르(Yvoire), 메이얼리(Meillerie), 에비앙(Évian)이 있다.
이 에비앙은 유명한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의 발원지이다. 식품 회사 다농(Danone)에 의하면,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눈 덮인 마을 에비앙에서, 르세르 후작(Marquis de Lessert)이 마을 물을 마신 후 앓고 있던 신장 결석이 호전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소식은 빠르게 퍼지면서 에비앙 물을 '생명의 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오늘날에도 에비앙은 미네랄이 풍부한 물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선호도를 자랑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물이 놀랍게도 에비앙이나 다른 생수 브랜드가 아닌, 수돗물로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맛보다는 브랜드를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마케팅의 또 다른 이름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라는 치명적인 팬데믹이 지구촌을 잠식하기 전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가 먼저 세상을 물들였다. 국내 영화관에서는 싱어롱(Sing-along) 열풍이 이어졌고, 많은 관객들이 N차 관람을 SNS에 인증하기도 했다. 몽트뢰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퀸(Queen)의 보컬리스트인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가 마지막 순간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지금도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그의 노래가 여전히 호수에 울려 퍼지는 듯하다. 프레디 머큐리는 몽트뢰에서 마지막 곡 'A Winter's Tale'을 작곡했다. 이른 아침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제네바호의 자욱한 운무를 응시할 때 영감을 받아 몽환적인 분위기로 표현했다고 상상해 본다. 몽트뢰에 도착한 순간, 제네바호를 배경으로 서 있는 그의 동상 주변으로 석양이 물들어 갔다. 요절한 프레디 머큐리의 노래로 몽트뢰를 아득하게 채워진 듯한 착각에 빠졌다.
몽트뢰는 2001년부터 매년 9월 5일, 프레디 머큐리의 생일을 기념하는 특별한 이벤트를 개최해 왔다. '몽트뢰 셀레브레이션(Montreux Celebration)'이 주최하는 'Freddie Celebration Days 2024'는 2024년 9월 5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었다. 몽트뢰의 이러한 셀러브리티 마케팅(Celebrity Marketing) 활동은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과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적 유산을 연결하여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유명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마케팅은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브랜드나 지역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될 때 더욱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몽트뢰 여행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호숫가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프레디 머큐리가 노래를 만들었던 이곳에서 그가 느꼈을 감정을 공유해 본다. 제네바호를 눈앞에 두고 퀸의 'Don't Stop Me Now'를 듣는 순간은 영화의 엔딩과 같은 느낌을 준다. 스위스 여행의 마지막은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하태길 영남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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