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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꿈꾸는 시] 서하 '모깃불이 있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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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영천 출생, 1999년 계간 '시안' 신인상 수상, 시집 '외등은 외로워서 환할까' 외 3권
2015년 제33회 '대구문학상', 2016년 세종 우수도서 선정, 2020년 제1회 '이윤수 문학상'
한국시인협회, 대구 경북 작가회의 회원, 대구 시협 이사

서하 시인의
서하 시인의 '모깃불이 있는 마당' 관련 이미지

〈모깃불이 있는 마당〉

인진쑥 덤불은 연기를 피워대지 모깃불은 모깃불, 덜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울지 모깃불은 모깃불, 옥수수 찜 솥뚜껑을 연 흰 연기는 농담을 모르지 모깃불은 모깃불, 제대로 태워보지도 못한 그리움의 그을음 묻은 모깃불은 모깃불, 게으른 바람 따라 사방 꼬리치다 할매의 부채 바람에도 주춤대는 모깃불은 모깃불, 장독대 옆 물봉숭아 같은 소문만 무성한 언니의 연애담 실어 나르는 모깃불은 모깃불, 여름밤 귀퉁이엔 귀퉁이가 없고 평상엔 평상이 없어 모깃불은 모깃불, 모시밭의 살모사같이 고개 쳐든 모깃불은 모깃불, 오소소 소름 돋는 옛 얘기에 귀 쫑긋하는 모깃불은 모깃불, 땀내 나는 할매 삼베 적삼 팔베개도 잠이 드는 모깃불은 모깃불, 여름을 끌고 가을에게로 가는 모깃불은 모깃불

서하 시인
서하 시인

<시작 메모>

연일 더위를 구워대던 여름도 처서의 손길에 밀려났다. 절기는 고장이 없다. 배터리도 필요 없다. 어째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모깃불 속에 있었는지, 짠하고 설레던 그 밤의 모깃불은 모기도 아니고 불도 아니었다. 모깃불 사이에서 설마 설마 하며 여름이 늙어갈 때, 모깃불이라는 말에는 다정이 있고 쉬어갈 자리가 있어 더위가 아무리 매워도 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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