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깃불이 있는 마당〉
인진쑥 덤불은 연기를 피워대지 모깃불은 모깃불, 덜 마른 것들은 제 속으로 울지 모깃불은 모깃불, 옥수수 찜 솥뚜껑을 연 흰 연기는 농담을 모르지 모깃불은 모깃불, 제대로 태워보지도 못한 그리움의 그을음 묻은 모깃불은 모깃불, 게으른 바람 따라 사방 꼬리치다 할매의 부채 바람에도 주춤대는 모깃불은 모깃불, 장독대 옆 물봉숭아 같은 소문만 무성한 언니의 연애담 실어 나르는 모깃불은 모깃불, 여름밤 귀퉁이엔 귀퉁이가 없고 평상엔 평상이 없어 모깃불은 모깃불, 모시밭의 살모사같이 고개 쳐든 모깃불은 모깃불, 오소소 소름 돋는 옛 얘기에 귀 쫑긋하는 모깃불은 모깃불, 땀내 나는 할매 삼베 적삼 팔베개도 잠이 드는 모깃불은 모깃불, 여름을 끌고 가을에게로 가는 모깃불은 모깃불

<시작 메모>
연일 더위를 구워대던 여름도 처서의 손길에 밀려났다. 절기는 고장이 없다. 배터리도 필요 없다. 어째서 듣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 모깃불 속에 있었는지, 짠하고 설레던 그 밤의 모깃불은 모기도 아니고 불도 아니었다. 모깃불 사이에서 설마 설마 하며 여름이 늙어갈 때, 모깃불이라는 말에는 다정이 있고 쉬어갈 자리가 있어 더위가 아무리 매워도 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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