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대 의대가 의대생의 휴학계를 전원 일괄 승인했고 교육부는 당일에 서울대에 감사관을 12명이나 보낸 일로 세간이 시끄럽다. 정부는 '2026년 의대정원은 다시 논의해볼 수 있다', '여야의정협의체를 구성하여 논의하자' 등 양보하고 물러나는 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2025년 의대정원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사직하고 의대생 대부분은 개별휴학을 해버려 이대로라면 다가오는 의료파국을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처음 스스로 그어놓은 선 안에서 한 발짝도 나오려 하지 않는 정부를 바라보며 대다수의 의사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대체 해결이 되기나 할지 걱정과 막막함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냥 정부가 하자는 대로 순응하면 될 것을 왜 이리 격렬히 저항하는지 납득되지 않을 것이고 의사들의 행동을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충분히 이해간다. 하지만 지난 과거를 돌아보았을 때 정부정책에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개선되거나 폐기 된 적이 있었던가? 여태 정권이 의사를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는 말이 무색하게 의약분업, 의전원설립, 포괄수가제, 문재인케어 등 대다수의 정책이 의사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시행됐고 의사들이 걱정하며 제시했던 문제점들은 고스란히 현실이 됐다. 그럼에도 정부가 의료계와의 논의 없이 의료정책을 수립, 실행하고 의료계의 문제제기를 듣지 않는 태도는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정부의 태도를 보면서 이번에도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정책이 진행 될거라 생각하는 동료들을 여럿 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정부를 설득해보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공의 과실이 그만큼 달콤해서? 대체 어떤 성과가 집단 이기주의로 욕을 먹고 행정적, 경제적 손해를 감수하면서 희박한 성공에 매달릴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개인의 이득을 우선시한다는 MZ 세대인 전공의, 의대생들이 짧게는 1년, 길게는 초, 중, 고, 대학생활 십수년의 시간을 날려버릴 수도 있는 선택을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작금의 사태가 불러올 미래가 너무나 두렵고 망가져버릴 한국의료가 너무나 소중해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의대생 실습, 인턴, 전공의 생활을 하다보면 응급실이나 병동, 수술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를 몇 차례 경험하게 된다. 필자는 필수의료라 말하는 바이탈과 전공이 아니라 모르지만 바이탈과를 전공하는 선생님들은 심폐소생술 등의 응급상황이 벌어지면 이 환자가 회복될 지 이대로 떠나보내게 될 지 예상될 때가 더러 있다고 들었다. 가망이 없어 보이는 환자라 해도 최선을 다해 여러 의료진이 달라붙어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은 예측만으로 포기하기엔 생명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간혹 기적같이 노력에 부응해 회복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소중한 환자의 목숨, 소중한 대한민국 의료가 가망이 없어 보여도 마지막 까지 놓질 못하고 최선을 다 한다. 비록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지금 한국의료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를 맞이했고 어쩌면 영영 돌이킬 수 없는 한국의료의 사망선고를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많은 희생으로 가꾸어왔고 앞으로 우리들이 몸담고 살아갈 세계 최고 대한민국 K-의료의 소생이 너무 늦지 않았기를, 만일 늦었더라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래본다.
김창곤 대구시의사회 홍보이사(율하연합가정의학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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