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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267>마음을 끌어당기는 옛 사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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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조영석(1686-1761),
조영석(1686-1761), '말징박기', 종이에 담채, 36.7×25.1㎝,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사람과 가까운 동물을 마우돈구(馬牛豚狗)라고 한 것은 말, 소, 돼지, 개의 순서로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말의 발굽이 닳지 않도록 편자를 징으로 고정시키는 광경을 그린 조영석의 풍속화 '말징박기'다. 오랜 옛날부터 이렇게 해왔다. 숙련이 필요한 이 일을 하는 전문가를 마제사(馬蹄師)라고 한다.

덩치가 큰 동물인 말에게 쇠로 만든 편자를 쇠못인 징으로 박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조영석이 살았던 시절에는 이렇게 했던 것이다. 먼저 큰 나무 옆으로 말을 데려가 바닥에 눕힌 다음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 나무에 고정시켰다. 말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바닥에 눕히는 일, 네 다리를 작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결박하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좌우의 앞 뒷다리를 교차시켜 끈으로 묶었고, 모아놓은 좌우의 다리를 다시 하나의 긴 끈으로 묶어 줄 하나에 네 다리가 모두 제어되는 모양새다. 세심하게 그려진 끈을 보면 말을 옴짝달싹 못하게 묶어 매듭지우는 특별한 방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장인은 대장간에서 미리 만들어온 편자를 이 말의 발굽 높낮이에 맞춰 줄톱과 낫으로 다듬어가며 징으로 발굽에 박았다. 상투가 드러난 망건차림으로 망치질하는 장인 옆에서 벙거지를 쓴 조수가 긴 나뭇가지로 말의 목을 간질이며 심하게 요동치지 못하게 한다. 값비싼 재산인 말을 보호하려 바닥엔 가마니를 깔았다.

조영석은 사람보다 주인공인 말의 묘사에 더 공을 들였다. 옷은 가는 선으로만 그렸지만 말은 윤곽선 안쪽으로 입체감이 나도록 부드러운 선염을 농담으로 더해 커다란 몸집이 실감 난다. 말의 머리가 휘어지며 솟구치는 모습이나 목의 긴장된 근육, 벌린 입 등이 간결하면서도 생생해 말의 고통스러움이 전해진다. 멀지 않은 곳에서 말 울음소리를 들으며 사생했을 조영석의 모습이 상상된다. 작은 그림이지만 그림 바깥에 누군가가 써놓은 평이 있어 진귀한 작품으로 여겨졌음을 알 수 있다.

말은 그림으로 일찍 나타났다. 그러나 조영석 이전 우리나라 말 그림은 대부분 준마, 명마로 이상화된 말이다. 이렇게 땅바닥에 뉘어져 징을 박히며 고통스러워하는 말이 아니었다. 조영석이 김홍도보다 두 세대 앞서는 선배임을 감안하면 지금 여기 삶의 장면을 그린다는 선구적인 발상, 인상적인 주제의 선택, 풍속화에 어울리는 표현법 등이 더욱 놀랍다.

조영석 이전에 전무했던 이 말 징 박기는 김홍도가 이어받았고, 정조 때 작품인 '태평성시도' 8폭 병풍 중 제4폭에 나오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풍속화첩 '신화무적(神化無跡)'에도 들어있다. 이렇게 마음을 끌어당기는 옛적 삶의 모습이 그림으로 많이 남아있지 않아 아쉽다. 그래서 조영석의 이 작은 풍속화가 더욱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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