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사립대병원들이 적립해 온 고유목적사업준비금(고유목적금)이 수백억원 대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고유목적금을 현재 비상경영 상황인 대부분의 사립대병원의 경영정상화에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유목적금은 비영리법인이 건물과 토지 매입, 의료기기 취득 등 시설 투자나 교육 등의 목적을 위해 적립하는 돈이다.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를 물지 않는 혜택이 있다.
21일 매일신문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공시된 대구지역 5개 상급종합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의 재무상태표를 확인해 본 결과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사립대병원 3곳의 고유목적금이 수백억원 대였다.
영남대병원이 약 1천634억원의 고유목적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계명대동산병원이 280억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약 486억원의 고유목적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병원 중에는 올해 상반기에 고유목적금이 더 늘어난 곳도 있었다. 21일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사립대의 고유목적금이 영남대병원은 약 1천757억원으로 약 123억원 늘었고,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약 83억원이 늘어난 569억원이었다. 계명대동산병원만 70억원이 줄어든 210억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립대병원인 경북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 정부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따로 고유목적금을 적립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전남대병원 등은 고유목적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수백억원 대 규모인 고유목적금에 대해 사립대병원들은 정확한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게다가 비영리 법인인 병원에게 고유목적금은 미래 투자를 위한 비용인 만큼 건드리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사립대병원 관계자는 "회계에 관한 기술적 부분으로 고유목적금을 적립하는 것도 있어서 이를 예비비나 적립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병원의 경영 상태를 파악하려면 차라리 유동자산 규모나 손익계산서 상 손익을 확인하는 게 더 맞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료개혁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현재의 상황에서는 병원들의 외형 확대 등에 고유목적금을 쓰게 할 게 아니라, 전공의 복귀를 위한 급여 인상과 처우 개선 등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고유목적금 사용에 대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지아 의원은 "병원들이 경영 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적립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인건비 등 결손 보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인세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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