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아트센터가 개관 20주년 특별기획전으로 해외작가 초대전 '브래드 어반 테일러: Pyroplastic Deformation(열가소성 변형)'을 선보이고 있다.
1964년 미국 유타에서 태어난 브래드 어반 테일러 작가는 유타대학교와 하와이주립대학교 마노아 캠퍼스에서 미술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2002~2008년 건국대학교 공예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2003년 경기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으며 2015년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은상, 2020년 대만도자비엔날레 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하와이대학교 미술사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다.
전시장을 채운 그의 대형 작품들은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거대한 동물의 뼈 혹은 웅장한 산맥과 같은 모양새다. 제멋대로 기울어지고 다듬어지지 않은 자유로운 형태지만 통일성을 갖추고 있어,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개입돼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독자적인 형태는 어떻게 구현했으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 힌트는 전시 제목에 있다. 전시 주제인 'Pyroplastic Deformation(열가소성 변형)'은 도자 예술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점토나 도자기 물질의 형태가 고온에서 변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작가는 볏짚에 점토를 붙여 세운 뒤 가마에 넣고 굽는다. 동전 크기의 구멍으로 가마 속의 그것이 고온에서 점차 유동성을 띠며, 중력이나 외부 힘에 따라 변형되는 과정을 관찰한다. 그 기간은 최소 1~2주에서 6개월까지도 지속되는데, 정확히 말하면 작가가 원하는 형상이 나타날 때까지다.
작가는 "내가 택한 재료들의 반발력을 통해 나 자신의 힘을 시험하며, 이를 통해 재료와 나 스스로를 물리적 한계까지 밀어붙인다"며 "점토의 잠재력을 탐구하며 덩어리의 움직임을 연출하는데, 불의 참여도를 조절하고 제한하는 것은 나의 몫"이라고 말했다.
이는 보통 작가가 원하는 형상을 만든 뒤 그대로 소성하는 전통적인 도자 기법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이다. 그는 물질의 본질적 특성을 강조하며, 변형의 제어와 자율성 사이의 균형을 통해 물질의 변화 과정 그 자체를 예술로 승화한다.
조동오 달서아트센터 문화기획팀장은 "거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은 시작점 근처에서 제작을 멈출 수도 있고, 또는 원래 알고 있던 관찰된 세계가 침식되고, 타고, 갈라지고, 녹고, 무너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선택을 통해 원하는 조형 형태를 찾아낸다"며 "이 과정에서 시간에 따른 자발적인 변화, 중력, 열 등이 반영된 비정형적이고 자연스러운 곡선과 형태가 또 다른 예술적 표현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물질의 기본 성질과 시간, 화학적 반응, 중력으로 인한 변화, 작가의 개입이 더해져 완성된 작품 수십 점을 볼 수 있다.
조 팀장은 "작가의 작업은 결과가 아닌 과정 자체에 방점을 두며, 불완전함과 유연함을 예술적 자유로 승화시키고 있다"며 "형식과 내용의 유동성은 관람객에게 열린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예상치 못한 변형과 그 안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은 예술적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23일까지 이어지며 일요일, 공휴일은 휴관한다. 053-584-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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