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겐베리아〉
뻑뻑한 꽃의 눈길이
아프게 내 눈을 찔러온다
인도네시아 암바라와
멀쩡하던 정오의 하늘을
빗줄기가 긁고 갈 때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조선 위안부 소녀
쪼그려 앉아 발을 씻다가
훌쩍훌쩍 울고 있다
<시작 노트>

몇 해 전 자바지방 암바라와를 여행하다가 만난 이 꽃은 멀쩡하던 하늘에서 한줄기 소낙비가 지나간 뒤, 마치 나를 좀 데려가 달라는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지붕 처마에서 떨어져 흐르는 물에 발을 씻으면서 나를 올려다보는 듯한 그날의 표정이, 기억의 한 모서리를 오래도록 붙들고 있는 이유는 뭘까?. 꽃의 뒤편 가축의 축사처럼 보이는 슬레이트 지붕 건물은 3평 크기로 칸칸이 구획된 성노예 현장이다. 침상 하나와 수돗물이 담긴 웅덩이가 전부인 그곳에는 2차대전 당시 일본군 성노예로 끌려온 조선의 소녀들이 있었다. 최근 소식에 의하면 저 아픈 역사의 현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허물어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당시 일제에 강제 징용되었던 한국인 청년 몇이 세력을 규합, 고려청년단을 조직해 일본군에 항거하다 산화한 열사들과 성노예 소녀들을 추모하기 위해 한인회에서 비 세울 제반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아픈 역사의 현장을 영구히 기억하기 위한 노력에, 격려와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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