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트럼프 재선 이후 환율 상승에 물가 불안 우려, 정부는 대비하고 있나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면서 금융시장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시장금리는 일제히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1천42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트럼프가 주창(主唱)해 온 공약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달러 강세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등 모든 국가를 상대로 보편 관세 10~20%를 부과하고 특히 중국을 겨냥해 보복성 관세 60%를 매기면, 미국의 수입 물가가 치솟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국의 금리 인하에 제동이 걸린다. 아울러 미국 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면 인건비도 치솟게 된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세 정책도 변수다. 감세 때문에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하면 미국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늘릴 수 있다. 달러 수요가 증가한다는 말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는 더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도리어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낮추지 않는데 우리만 낮추면 금리 격차(隔差)는 더 벌어진다. 외국인 투자 자금은 이자를 더 주는 곳을 찾아 한국을 떠나고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환율에 따른 물가 변동도 감안해야 한다. 환율 상승은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원화를 더 줘야 한다는 뜻이다. 원자재부터 식량까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선 환율 상승이 곧 물가 상승이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도 불안하다. 7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는 111억2천만달러(약 15조5천8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 수출 호조(好調) 덕분이다. 대미 무역 흑자는 사상 최고치다. 그런데 마냥 기뻐할 수 없다. 손해 보는 장사를 트럼프가 가만히 둘 리가 없다.

힘이 없으니 분해도 어쩔 수 없다. 폭풍이 거세도 벽이 튼튼하면 걱정 없겠지만 우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수출이 흔들리면 2%대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다. 올해는 그럭저럭 버텨도 트럼프 임기 4년은 어쩔 것인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트럼프 정부의 정책 변화에서 한국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글로벌 통상전략회의'를 주재한 장관이 내놓은 발언치고는 심히 우려스럽다. 그러나 일국의 통상을 책임지는 부처(部處)가 트럼프 재집권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않았을 리 없다. 트럼프가 한국을 배려하게 만들 확실한 비책(祕策)이 있지만 비밀스러운 통상 교섭의 성격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고 본다. 정말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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