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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여기저기 떠도는 의성산불 피난민들…"몸과 마음 모두 지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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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모시기 위해 고향 찾은 자녀들…컵라면으로 식사 때우는 노인들
"밭, 산소 다 탔다는데 가볼 수 없어 마음 타 들어가"

의성산불 사흘째. 의성고등학교 대피소로 몸을 피신한 노인들이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윤영민 기자
의성산불 사흘째. 의성고등학교 대피소로 몸을 피신한 노인들이 컵라면으로 허기를 채우고 있었다. 윤영민 기자

24일 오후 의성고등학교 실내체육관. 화마가 덮친 지 사흘째, 대피소를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주민들은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었다.

산불이 처음 발생한 지난 22일, 주민들은 의성실내체육관으로 대피해 밤을 보냈다.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 한숨을 돌린 것도 잠시. 주민들은 이날 강풍을 타고 다시 번진 불길에 쫓기듯이 의성고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로 부랴부랴 피신해야 했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노인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예고없이 되살아나는 불길과 갑작스러운 대피 방송에 긴장하는 시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입맛이 없어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가 하면, 사흘 동안 마신 연기로 인후통과 흉통 등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금향(89) 씨와 최종조(93) 씨는 "불이 꺼졌다가 붙었다가 하니까 도망을 왔다가 다시 집에 들어가고, 또 도망을 오니 힘들 수밖에 없다"면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것도 힘들지만, 계속되는 연기 때문에 목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안평초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신안2길 마을 주민들이 모여 산불 당시를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영민 기자
안평초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신안2길 마을 주민들이 모여 산불 당시를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영민 기자

같은 날 안평초등학교 강당에 마련된 대피소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안평면 신안2길 마을 주민들은 지난 22일 폐교된 안평중학교에서 대피 생활을 시작해 이날은 안평초교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벌써 사흘째 집 근처도 가보지 못한 주민들이었다.

이 마을 주민 김옥자씨는 "불이 꺼졌다가 다시 붙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들었다"며 "밭이며 산소며 다 탔다는 얘기는 들려오고 가볼 수는 없고 마음이 타 들어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타지에 나가 있던 자녀들도 고향에 계신 부모 걱정에 의성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대피소에서 부모님을 돌보는 아들과 기약 없는 피난생활에 지친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가는 딸 등 마치 전쟁 속 피난민을 보는 듯 했다.

대구에 거주하는 A씨는 "'어제 대피소에서 집으로 돌아왔다며 괜찮다던 부모님이 '다시 대피소로 옮겼다'는 소식을 듣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어머니를 대구 집으로 모셔간다"면서 무거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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