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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박헌경] 그때마다의 마땅함을 따르는 시대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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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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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2025년 4월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전원 일치 의견으로 파면을 선고함으로써 2025년 6월 3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제21대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약 40%에 이르는 부동층 내지는 중도층을 누가 얼마나 많이 껴안고 그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것인가에 달려있다.

중도층에 대한 사전적 의미는 우파와 좌파 혹은 보수와 진보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런데 정치이념으로서의 중도는 중립적이라거나 중간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것이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 균형을 잡는 것이다.

중도라고 할 때의 중(中)은 '가운데 중'이 아니고 '적중할 중'을 의미하고, 화살이 과녁의 중심을 정확하게 맞추는 것을 뜻한다. 중도층이 두껍고 많을수록 나라가 안정되고 발전하며, 중도층이 적어지고 양극단이 커질수록 나라는 시끄럽고 혼란해진다.중도주의는 속칭 철새라 불리는 기회주의와는 정반대이고 이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기회주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더 기울어지게 하는 것으로서 현재 힘과 권력을 가진 쪽에 기생하여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중에는 이러한 기회주의자가 너무나 많다. 이와 반대로 중도주의는 현재 힘과 권력을 잡은 기득권 세력의 반대쪽인 약자편에 서서 기득권 세력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약자인 소수파를 도와 기울어진 운동장의 중심을 바로 잡아준다. 따라서 중도주의는 양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정의로운 양심세력이고 시대정신이며 힘차고 신선한 물줄기인 것이다.

공자는 "군자가 천하에 나아가면 오로지 이래야 한다는 것도 없고 오로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도 없다. 그때마다의 마땅함에 따라 행할 뿐이다"고 말하였다. 오로지 이래야 한다거나 오로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은 정도(正道)를 고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에 있어서는 정도(正道)만 고수해서는 안되고 그때마다의 마땅함을 따라 행해야 한다.

오로지 이래야 한다거나 오로지 이래서는 안된다는 정도주의자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 양극단주의자들 중에 많다. 이러한 사람들은 타협이나 관용, 절제를 모르고 진영 논리에 갇혀 자기 주장만 되풀이 고수한다. 중도는 권도라고도 하는데 그때마다의 사안별로 마땅함을 찾아내어 그것을 따르는 것이다. 오직 국민을 위해서라는 명분과 실리가 있다면 정도를 깨트리고서라도 권도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도의를 숭배하고 신의를 중시 여기며 명나라에 사대했던 주자학자들이 시대정신을 외면하고 도덕만 강조했던 정도주의자들이었다.

국민의힘은 보수우파 정도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정치에 있어서 신의만 중시하고 시대정신을 외면하며 중도확장성이 있는 자당의 유력한 정치인들을 배신자 프레임을 걸어 내쫓았다.

박근혜 정부의 원내대표로서 공적연금 개혁을 주도하였고 "기득권과 재벌의 편이 아니라 고통받는 서민의 편에 서겠다"고 2015년 국회 연설을 한 유승민을 배신자로 찍어 축출했고, 윤 전 대통령에게 부인 김건희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당 대표로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했던 한동훈을 배신자 취급하여 찍어내리고 있다.

제20대 대선과 연이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준석을 내부총질을 한다는 핑계로 당대표에서 내쫓기도 하였다. 당 내부에서 대통령 후보 하나 제대로 배출하지 못하고 자신을 키워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신하였던 정치 초보자 윤석열을 데려와 대통령으로 만들었으나 결국 탄핵사태를 초래했다.

그런데도 처절한 반성이나 혁신적인 개혁은 전혀 없이 이재명은 안되니 표를 달라고 구걸하면서 또다시 국민의힘 의원 절반 이상이 당 밖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사람들 중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기대어 지지율을 올리려는 후보들이 있다.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오세훈, 유승민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한덕수 차출론이 제기되면서 흥행의 김이 빠져버린 당내 경선에 출마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서 약 40%에 달하는 중도층의 지지를 얼마나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장강의 뒷물결은 앞물결을 밀어내며 도도히 흘러가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의 시대는 끝났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그때마다의 마땅함을 따라 행할 때 중도층의 지지를 얻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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