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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한윤조] 로봇 시대, 노동력의 설 곳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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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조 논설위원
한윤조 논설위원

지난 2일 롯데이노베이트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장 역할을 수행하는 살아있는 미래형 편의점 'AX Lab 3.0'을 공개했다. 유연한 움직임으로 매장을 누비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로봇이 점장뿐 아니라 앞으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대행할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을 받아 생계를 이어 나간다. 노동 의존도가 높고 저자본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업종이 카페와 편의점, 택배 배달 등일 것이다. 이미 카페의 경우 로봇 카페, 무인 카페 등이 등장하며 바리스타의 일자리를 일정 부분 대체했다. 택배 역시 무인 자율주행과 휴머노이드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인간을 대신할 수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저소득층은 노동 말고 달리 무엇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할까?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최근 여러 인터뷰와 공개 강연을 통해 AI와 로봇공학이 가져올 '풍요의 시대(Age of Abundance)'에 대해 반복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최근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내년 말쯤에는 일반 대중에게 휴머노이드 로봇을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앞으로 노동은 선택 사항이 될 것이며, 일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보편적 고소득 사회(Universal High Income)'를 주창했다.

머스크가 말하는 논리는 이렇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초지능 AI가 공장·물류·서비스업 전반을 대체하면 생산 비용은 급격히 낮아진다.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 기술이 결합해 로봇 운영 비용까지 낮춘다. 이를 통해 거의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하향 압력을 받게 될 것이고 결국, 경제학의 대전제인 '희소성(稀少性)의 법칙'이 무너지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논리는 너무 유토피아적이다. 아무리 물가가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풍요롭게 살 수 있을 텐데, 그 기본적인 소득을 누가 빈자(貧者)들의 손에 쥐여줄 것이냐는 문제다. 과거 인구론을 주장했던 맬서스의 논리와는 달리 인간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지금은 전 인류가 충분히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식량 생산량 증대를 이뤄냈지만, 전 세계 곳곳에서는 끼니조차 잇지 못하는 인구가 상당하다. 아무리 로봇과 AI 혁신으로 생산 비용이 0에 가깝게 수렴(收斂)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분배의 장벽을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 그의 주장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경제적으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이유다.

지금의 상황으로 봐선 일론 머스크의 장밋빛 시나리오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가 될 우려가 크다. 사실 '빅테크'의 거물들 누구도 마주하려 하지 않는 근본적 질문, '생산성이 극적으로 높아진 사회에서 그 성과를 어떻게 공평하게 분배(分配)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논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소유한 소수에게 부가 집중된다면, '보편적 고소득'은커녕 극단적인 불평등이 더욱 심화할 게 불 보듯 뻔하다.

인공지능이 창조하는 생산성 향상이 모두의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 넉넉함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공공의 역할'이 핵심일 것이다. 노동력밖에 가진 게 없는 이들이 새로운 세상에선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인가. 변화가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기대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전 세계가 함께 사회적 논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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