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중도보수로 외연을 넓히는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해 국민의힘의 대응이 지리멸렬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후보 단일화 논의에 매몰된 채 인재 영입도, 국정 비전 제시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과거 '웰빙 정당'의 오명까지 재소환되는 모습이다.
◆인재·정책으로 중도보수 확장 나서는 민주당
민주당은 정권 교체를 위해 내부 반발에도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실용주의 정책을 쏟아내고, 보수 인사 영입 등 외연 확장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는 과거 내세웠던 '분배' 대신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위한 중도보수 행보와 정책을 계속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대선 출마 후 첫 현장 행보로 SK하이닉스를 방문하고,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강조하면서 세액공제 혜택, R&D 예산 증액을 제안하는 등 지난해부터 친기업 행보를 걷고 있다.
또 소상공인 업계와 노동계가 대립 중인 최저임금제 관련해선 '상생'이 중요하다면서 유보적 입장을 내놓기도 하는 등 기존 당 노선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다.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인 기본소득도 중도보수층의 포퓰리즘 비판을 의식한 듯 대선 출마 후 언급을 자제하고, 경제 성장에 집중하겠다면서 '잘사니즘', '먹사니즘' 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는 당내 증세 요구에 반대하면서 재정 지출 조정과 조세 지출 개편으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후보 일정에서도 현충원을 방문해 이승만·박정희·김영삼 전 대통령, 박태준 포스코 전 명예회장 묘역을 참배하는 등 보수층을 고려한 행보를 보였다.
특히 보수정당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하고 선거대책위원회에 중용하면서 보수층 표를 가져오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상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은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비롯해 이석연 전 법제처장, 대구경북에서 3선을 지낸 이인기·권오을 전 국회의원이 공동선대위원장과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고, 박창달·최연숙 전 의원도 이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정책 비전 없이 무기력한 국힘
반면 국민의힘은 당의 취약지역이나 계층에 대한 외연 확장에 나서기는커녕 이렇다 할 정책이나 비전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성과 없이 반(反) 이재명 '빅텐트'만 부르짖고 있을 뿐, 인재를 영입하지도, 당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정책으로 승부수를 던지지도 못하는 형국이라는 것.
당 정책위를 중심으로 여의도연구원과 수도권 정책 개발 담당 의원 등으로 구성된 대선공약기획단 지난달부터 결혼·출산·육아 분야 공약과 장애인 공약을 속속 내놓았으나 이렇다 할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민주당이 대선 후보 선출 후 1호 공약으로 반도체산업 지원 계획 등을 발표한 데 이어 공공기관 호봉에 군복무 기간 의무반영 등 정책 공약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과 비교해 의제 선점에서조차 뒤쳐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인다.
당 정책 개발의 선봉에 서야 할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도 후보단일화를 비롯한 정치적 이슈에만 입을 여는 모양새다.
윤 원장은 지난달 24일 KBS에서 방영된 21대 대선 정강·정책 방송 연설에서 12·3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메시지를 내놓고 개헌과 거국내각 구성을 촉구했으나 당의 싱크탱크로서의 면모는 보여주지 못했다. 6일에도 "말바꾸는 정치는 이재명 하나로 족하다. 단일화할 마음이 없다면 김문수 후보는 후보자격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고 일갈했을 따름이었다.
국민의힘 당 대표 출신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무력함을 비판했다.
이 후보는 "대선을 불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정당 내부의 자리싸움에 매몰돼 정책 경쟁조차 실종된 지금의 상황은, 정당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일"이라며 "대선은 개인의 방어전이 아니라, 국민의 미래를 설계하는 가장 근본적인 정치 행위다. 정책 없는 정당은 미래를 말할 자격조차 없다"고 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에는 현장성도 없고 치열함도, 지역을 위한 열정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만 해도 '웰빙 정당' 비판 속에 여의도연구원을 강화하겠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어떤 점에서 개선이 됐는지 체감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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