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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USTR 대표와 첫 공식 회담…한미 조선 협력 논의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16일 제주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한미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국내 조선업계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 간 첫 공식 회담이 성사됐다. HD현대는 16일 오전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만남을 갖고 한미 간 조선산업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과 그리어 대표의 회동은 이날 오전 제주도 내 한 호텔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미국 측이 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일정 중 HD현대 측에 먼저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기업이 USTR 고위 관계자와 단독 면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HD현대중공업과 미국의 방산 전문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사 간의 협력 사례를 소개했다. 양사는 지난 4월 '선박 생산성 향상 및 첨단 조선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디지털 설계와 스마트 조선 기술을 중심으로 생산 효율성 제고에 협력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기술 교류와 공동 개발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기대된다"며 양국 기업 간의 실질적 협력 사례를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정 수석부회장은 조선 분야 협력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공동 기술 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양성 등을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그는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그 노력에 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회의에서는 조선 분야 외에도 공급망 안정성 확보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미국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산 항만 크레인의 독점적 공급 문제와 관련해,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을 소개하며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HD현대삼호는 해양 크레인 분야에서 고성능 장비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북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생산 체계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 이후 그리어 대표는 HD현대중공업을 떠나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와의 면담을 위해 이동했다. 앞서 미국 측은 두 업체에 각각 면담 요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오션은 잠수함과 군수지원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한편 그리어 대표는 이날 오후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 나설 예정이며, 앞서 진행된 국내 조선업계와의 면담 결과는 회의 주요 안건에 참고 자료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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