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시작하는 것도 어렵지만, 끝내는 것은 더 험난하다. 3년 2개월 만에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직접 협상이 90분 만에 종료됐다. 양측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 속에 일단 협상장에 나왔지만, 휴전 등 핵심 쟁점을 두고 극명한 입장차를 재확인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오후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 간 회담은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협상에 러시아 측에선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우크라이나 측에선 루스템 우메로프 국방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협상은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이 중재하는 3자 회담 방식으로 이뤄졌다.

◆러-우, 1천명씩 포로교환만 합의
피단 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양측 대표단이 "휴전을 목표로 하는 협상을 위해 다시 만나기로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결과를 전했다. 또 서로 각각 1천명씩 포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신뢰 구축 조치'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포로 교환은 2022년 2월말 전쟁 발발 이후 최대 규모다.
이날 회담에서는 휴전과 러·우크라 정상회담 개최 여부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우크라이나와 연락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이 정상 간 직접 대화를 요청했다"라고 전했다. 우메로프 국방장관도 이날 회동에서 휴전과 양국 정상 간 접촉이 논의됐다고만 말했다.
휴전, 영토 협상 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실히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외교 소식통은 이날 AFP에 "러시아 대표단은 휴전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가 통제 중인 광범위한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라고 하는 등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무조건적이며 즉각적인 30일 휴전을 지속해 요구하고 있는 반면, 러시아는 휴전부터 할 경우 우크라이나가 '재무장'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영토 분쟁 핵심, 4개 지역(도네츠크·루한스크·헤르손·자포리자)
종전협상의 핵심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의 동부 4개 해안지역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재의 전선을 유지하는 선에서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중단하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협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점령지를 내놓으라고도 압박한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가 침공 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넘기라는 요구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에 항의하자 러시아 협상단은 "다음번에는 5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
우크라이나 측도 크림반도를 제외한 4개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4개 지역의 영토 반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으며, 그렇치 않을 경우 결사항전으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순차 전화통화를 하기로 함에 따라, 교착 상태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의 돌파구가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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