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교수님, 사람들이 왜 그런데요? 어떻게 이재명 같은 사람을 지지할 수가 있냐구요?" 어느 아주머니가 열을 내며 하는 말이다. 아마도 그 분은 이 후보가 형수에게 하는 막말과 욕설을 들었고 많은 범죄 혐의로 미루어 대통령에 나와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글쎄요...이 후보의 문제를 다 알면서도 그를 지지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네요. 아마 국민의힘과 김문수 후보가 더 싫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이었다.
6·3 대선이 코 앞에 다가왔다. 갑자기 실시되는 조기 대선인 만큼 국민이 후보들의 능력과 자질, 리더십을 판단할 기회도 많지 않다. 경제와 사회 분야에서 두 번의 공식 토론이 있었고, 곧 정치 분야의 토론이 이루어진다. 이후 사전투표와 본투표가 이어질 것이고 6월 3일 밤 이후 대통령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이번 대선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이재명 후보의 재판이나 후보 적격성이 아니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의 운명이다.
지난 3년, 우린 전대미문의 정치적 혼란을 겪었다. 정치적 전문성도, 국회 다수 의석도 갖지 못한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 노력도 없으면서 여당 지도부와도 끝없는 갈등을 반복했다.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후보는 강력한 지지도와 공천권을 바탕으로 당내 반대파를 숙청하고 일인 독재체제를 완성했고, 30여 차례의 탄핵소추를 시도해 사실상 정부를 마비시켰다.
여야 합의는 사라지고 야당에 의한 일방적 입법만 남아 대통령은 수 없는 거부권 행사로 맞대응했다. 자신을 수사한 검사는 물론 중앙지검장과 차장검사들, 그리고 감사원장까지 탄핵하자 욱하는 성격을 참지 못한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스스로 파멸의 길로 들어섰다. 초조하게 시간과 싸우던 이재명 대표를 위기에서 구해낸 최고의 은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윤 대통령 자신이었다.
이번 대선이 김문수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은 계엄과 탄핵이라는 무거운 원죄를 한 몸에 지고 치러야 하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이준석 후보가 반 이재명 표의 10% 이상을 잠식하면서 경쟁 구도의 측면에서도 승리는 불가능하다. 몇일 남지 않은 기간에라도 어떻게 해서든 '후보 단일화'를 통해 이재명 후보와 일대일 경쟁 구도를 만들려는 이유다.
필자도 이번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의 압도적 우위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보는 이유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최대의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선거 때문이라지만 이미 이재명 후보에 대한 모든 재판은 중지됐고, 헌법 84조의 대통령에 대한 불소추권의 해석과 상관없이 당선되면 재판의 중지는 물론 선거법, 형사소송법 등을 비롯한 모든 관련 법률을 마음대로 개폐해 이 후보의 면소를 추진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 후보 1인을 위해 국가의 모든 권력이 행사되고 있다. 이 후보는 부인했지만 대법관 수를 늘리고 비법조인도 대법관이 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이 제출될 정도로 이미 사법부까지 민주당의 발 아래 무릎을 꿇었다. 비어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민주당이 원하는 인사로 채워 넣으면 헌법재판소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
입법권과 사법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한 민주당이 행정권마저 가져가면 어떤 법률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어 대한민국은 합법적으로 일인 독재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대통령직은 이렇게 폭주하는 기관차를 멈출 수 있는 마지막 브레이크다.
60대 중반의 필자는 중고등학생 때 유신독재를 겪었고, 대학에서 10·26과 12·12, 5·18 등 독재와 민주화의 갈림길에 선 혼돈의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경험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독재가 얼마나 국민을 공포에 몰아넣는지 잘 안다. 필자가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 하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자는 것 뿐이다.
압도적으로 불리한 대선을 불과 몇 일 앞두고도 뭉치지 못하는 국민의힘이 역겹고 신물이 나는 것은 필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브레이크 없는 열차의 운명처럼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호소한다.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가난과 싸워가며 자식을 가르치고 정글에서 피 흘리고 열사의 사막에서 모래를 씹어가며 피와 땀, 목숨을 바쳐 이룩한 자랑스러운 자유 대한민국을 지킬 것은 이제 유권자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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