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북동부 산불 2개월…복구는 시작됐지만 '형평성' 논란 여전

임시주거시설 지원에 주민 불만 속출
주택 피해 지원금 차등지급에 형평성 문제 제기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 동화나라 운동장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임시거처인 모듈러 주택. 김영진기자.
경북 안동시 일직면 망호리 권정생 동화나라 운동장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임시거처인 모듈러 주택. 김영진기자.

경북 북동부에서 역대급 산불이 발생한 지 2개월이 지났지만 피해 지역의 복구 과정 곳곳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주거시설이 속속 들어서고, 생활안정 지원금 지급, 지원 사각지대 해소 등 지역과 주민들의 일상회복을 위한 다양한 복구 대책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산불 피해 주민들을 중심으로 임시 주거시설의 형평성 논란, 주택 피해에 따른 주거보상비 차등 등 불만도 표출되고 있다.

◆임시주택 두고 마을 내 갈등

의성군은 임시 주거시설 입주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가구원 수가 3명인 이재민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정부 기준에 따르면 가구원이 1~3명인 경우 임시 주거시설 1동, 4명이면 2동을 지원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3명인 경우 내부가 27㎡(약 8평) 크기로 방 1개와 거실 겸 주방, 욕실로 갖춰진 탓에 살기에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의성군은 가구원 수가 3명인 13세대에 대해서는 임시 주거시설 입주가 마무리된 이후 군 차원에서 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시 주거시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세입자 지원 방안도 고민거리다. 세입자의 경우 정부가 정한 임시 주거시설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의성군은 세입자에게는 기부받은 컨테이너 하우스를 지급키로 하고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안동에서는 임시 주거시설 형태에 대한 이재민들의 불만과 항의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역 내 한 마을 이재민들은 이웃 마을에 들어선 컨테이너 하우스와 같은 임시 주거시설이 설치되자 마을 입구를 막고 항의하면서 조립식주택 설치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재민들은 "모듈주택과 선진이동주택 등 집 모양을 제대로 갖춘 주거시설과 달리 컨테이너 하우스를 설치해 주는 것은 이재민들의 가슴에 한번 더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경북도가 선진 주거시설로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아동문학관에 설치한 모듈주택 단지 입주민들 경우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어 고립된 생활을 호소하고 있다. 차량이 없고, 고령이 많은 이재민들의 특수성상 생필품 구입 등 외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청송은 마을 단위로 임시 주거시설을 설치했고, 일부 마을은 이미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수십 년 간 따로 생활하던 이웃들이 한 곳에 모여 지내면서 예상치 못한 불편이 생기고 있다.

입주를 마친 한 이재민은 "집들이 붙어 있어서 옷차림도 조심해야 하고, 속옷이나 빨래도 밖에 마음대로 널 수 없다"며 "밤늦게까지 TV 소리가 들릴 때도 있지만, 이웃 간 마찰이 생길까 봐 참고 지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단지 조성이 우선되면서 개별 주택에 대한 대처는 뒤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주민들은 "같은 피해를 봤는데 단체가 우선이고 개인은 후순위가 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생활안정지원금 보상금 차등 논란

안동시는 이재민 생활 안정을 위해 자체 예산으로 지난 2일 생활안정지원금 328억원을 우선 지급했다.

정부의 산불 피해 보상금 지급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주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서 확정된 1천800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한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안동시 임하면에 사는 A씨는 주거보상비 2천만원을 받았지만, 이웃은 3천600만원을 받은 것을 알고는 피해 조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A씨는 "대지 1천여㎡(300평)에서 130㎡(40평), 70여㎡(20평) 주택 2채와 창고 33㎡ 등이 모두 불에 탔다"며 "주택피해 보상금 최저 금액을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민 상당수 주택이 A씨 사례처럼 무허가, 미등록된 임시 건축물로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에서 피해 주택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불로 인한 화상… 지원 사각지대 놓인 부상자들

화상을 입은 이재민들이 치료비조차 지원받지 못하면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많은 주민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몸을 던져 이웃의 생명을 구하고, 진화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입은 화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화상을 입은 한 주민은 "주민을 대피시키다가 불길에 화상을 입었지만, 치료비가 너무 부담돼 제때 병원에 가지도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안동시는 최근 별도의 화상 치료비를 마련하는 등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화상은 단순 외상이 아니라 치료비가 고액이고, 경우에 따라 수년간의 수술과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며 "심하면 평생 흉터나 장애가 남는 경우도 많아 조속한 의료적 지원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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