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진호의 每日來日] 진짜 대한민국 독수리는 양 날개로 날아야 한다

정진호 포스텍 교수

정진호 포스텍 교수
정진호 포스텍 교수

초유의 12·3 계엄 내란이 일으킨 격랑의 파고는 6·3 심판으로 끝을 맺었다. 마침내 진짜 대한민국의 시작을 알리는 새 대통령이 탄생했다.

지난 반년, 우리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파시즘적 괴물이 비정상과 몰상식과 식언으로 국민을 농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체력과 정신력과 국력을 소진하는 심한 고초를 당했으며, 그 속에서 양 진영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어쩌면 4·3, 5·18과 견줄만한 국가 폭력이 재현될 뻔하였다. 그러나 그 혼돈 속에서도 대한국민은 무너지지 않았고 3·1운동과 5·18의 정신으로 다시 일어섰다.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국민 주권의 드라마를 연출하였고 K-민주주의 역량은 한 걸음 더 계몽 격상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한민국이라는 독수리는 어떻게 다시 비상할 것인가? 먼저 내란세력 척결이라는 80년 된 오랜 숙제가 놓여있다. 결단코 국민 화합의 명분을 내세워 어쭙잖은 용서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해방공간에서 못 이루었던 친일 청산으로 인해 수시로 매국세력에게 쿠데타와 반격의 자리를 내주었던 과거사의 악몽을 되풀이하도록 길을 터줄 수는 없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물론 그와 동조했던 모든 공범들을 철저히 수사하고 단죄해야 한다. 그 세력을 옹호하고 끝까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반격을 시도했던 정치권과 검찰·사법·언론 카르텔에 대한 수사와 재판도 엄중 신속 진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국회와 공수처와 특수본에게 맡겨서 특검과 신반민특위를 통해 추상같이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그 일에 눈길을 둘 여력이 없다. 국가 시스템 재편을 통한 진짜 대한민국을 세워나가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무너진 경제와 외교, 과학기술과 교육, 청년 전략과 남북관계 회복 등 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한미일(미국 중심의 친서방 G1그룹) 뿐 아니라 북중러(중국 및 BRICS 기반 G2그룹)와도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균형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G3그룹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모슬렘공동체(22개 아랍 연맹과 OIC 57개국)와도 전략적 파트너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 삼성을 넘어서는 AI 기반 벤처기업들과 디지털 성장 동력이 올라설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해 주자. 한반도의 바다는 해양과 환경을 아우르는 평화경제의 바다로 만들어 G1-G2-G3가 자유로이 오갈 수 있는 상생의 바다 21세기의 지중해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다가올 트럼프-김정은의 협상 테이블에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당 정치에 기초하고 있다. 그동안 거대 양당의 전유물이던 기득권 정당의 적대적 공생 관계와 나눠 먹기 정치는 이제 끝내자. 더불어 민주당은 당명에 걸맞는 건강한 좌우 세력을 규합하여 명실상부한 중도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해방공간에서 한민당으로 시작했던 친일보수 정당에 독재와 맞서기 위해 김대중-김영삼-노무현-문재인을 비롯한 숱한 민주 인사가 합류하였으나, 그동안 수박과 까마귀들이 들끓는 혼탁한 야누스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것을 민주 시민들이 지난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화시켜준 은공을 잊지 말고, 건강한 중도진보와 중도보수가 연합한 정당이 되어 몸통의 중심을 잡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호가 비상하여 고공을 날아가려면, 좌우의 양 날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사회 혁신의 많은 어젠다를 제출하는 진보개혁적인 선명한 좌익 정당이 우뚝 세워지길 바란다. 반면 내란 정당 국민의힘은 마땅히 해산되어야 한다. 그것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첩경일 뿐 아니라 우익 보수정당이 회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그동안 보여주던 간판만 갈아 붙이는 정치 쇼가 아니라, 매국노들을 철저하게 응징 퇴출시키고 당을 해산한 이후에 진정한 보수 정치인들이 그라운드 제로에서 진짜 보수정당을 세워야한다.

눈이 어두운 까마귀는 눈앞의 것을 차지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며 이전투구를 벌인다. 그러나 눈이 밝은 독수리는 높이 날아올라 멀리 내다보며 날아갈 방향을 정한다. 그것을 비전이라고 부른다. 새로운 정부가 몰려드는 까마귀들을 물리치고 두 날개를 지닌 AI 비전 독수리가 되어 하나의 동해에서 북한을 너머 유라시아까지 고공 비행을 하는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빛의 혁명을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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