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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박승혁] 최악의 불황 위기에 놓인 포항

경북부 박승혁 기자
경북부 박승혁 기자

"IMF 때도 무탈했던 포항이 요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철강과 2차전지 소재 사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지역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 식당마다 손님 구경이 어렵다고 아우성이고 집값 하락도 심상찮다.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로 일감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과 일을 해도 높은 인건비로 적자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어려워도 포항 경제를 든든하게 이끈 포항제철소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직장인들의 주머니가 빠르게 닫히고 있다.

최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철강 내수는 2025년 4천610만 톤(t)으로 줄어들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가동 중단된 포항제철소 3고로와 파이넥스 3공장이 되레 고맙다고 할 정도로 감산을 통한 수급 균형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철근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이 이어지는 와중에, 철강재 수요 비중이 높은 건설과 자동차산업마저 모두 위축 국면에 있다는 점에서 포항의 걱정은 더 크다. 특히 자동차 생산은 2025년 407만 대로 2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중국산 철강재 유입 비중이 늘면서 국내 조강 능력도 2014년 8천690만t에서 2023년 7천690만t으로 1천만t 줄었다.

보고서에는 위기 돌파를 위한 제언으로 "경제 안보를 위해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철강산업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KS인증 기준 강화, 고품질 국산재 사용 유도, 유통 질서 정비를 통한 시장 정비, 조선·자동차·에너지산업과 연계한 '소재 내재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했다.

포스코는 보고서 제언이 현실화되기엔 '너무 늦다'고 판단하며, 수소환원제철 사업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하나같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수소환원제철이 필연적이라는 점을 공감하는 덕분에 그나마 빠른 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 포항은 정말 녹록지 않다. 포항제철소 공장도 휘청이고 있고,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가동을 줄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직원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 배치하며 어렵게 버티고 있다.

2차전지 사업은 또 어떠한가.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이강덕 포항시장이 "손실은 제가 책임집니다"라며 주식 투자를 권유할 정도로, 2차전지 사업은 대세 중 대세였다.

그랬던 2차전지 사업이 최근 들어 주식은 최고점에 비해 70% 이상 손실이 났고, 미래 투자 계획도 상당 부분 백지화됐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9월 중국 화유코발트와 1조2천억원을 들여 포항에 짓기로 했던 전구체 공장을 철회했고,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말 포항캠퍼스에 4천732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년으로 미뤘다.

포항의 경제 한 축을 담당했던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가동률 역시 절반도 채 안 될 정도다.

철강이 국가 기간산업이고, 2차전지 소재가 미래 신성장 산업이라는 점에서 범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세제 혜택, 금융지원, 고용안정 등 다양한 지원이 이뤄져야 철강 및 2차전지 소재 산업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다음 달 포항제철소 수소환원제철 건립과 관련한 인허가가 모두 끝난다는 점이다. 포스코도 이를 위해 빠른 실행을 준비 중이고 이 자금이 지역을 일으킬 마중물이 될 터다. 2차전지 소재 사업도 해당 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투자를 지속하는 등 미래의 희망 불씨를 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포항의 봄날을 다시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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