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문시장 입구에 들어선 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은 두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넸다.
긴 공백 끝에 다시 대구 민심 앞에 선 그는, 준비된 마이크보다 시민들의 눈을 먼저 바라보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2017년 대통령직 파면 이후 수년 만에 서문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직접 만난 자리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께 시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전 공지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는 지지자들로 북적였다. 일부 시민들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이 준비한 손팻말을 들었고, 몇몇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시장 방문을 마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대구에 온 지 꽤 됐지 않느냐"며 "서문시장과 여기 계신 분들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를 꼭 드려야 한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며칠 전 동성로 유세에서 많은 분들이 저를 보고 싶다고 하셨다고 들었고, 그 얘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밝혔다.
그는 "항상 와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에야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됐다"며 "이렇게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것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은 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건넸고, 현장에는 "건강하십시오", "대통령님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일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꽃다발과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이날 방문은 사전투표를 마친 지 하루 만의 공개 일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9일 오전 10시 대구 달성군 사저 인근 투표소를 찾아 사전투표에 참여했다. 당시 그는 올림머리에 흰 운동화, 파란색 재킷 차림으로 등장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과 함께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를 마친 뒤에는 "사전투표를 많이 해주셔야 투표율이 올라간다"며 "꼭 투표하시길 바란다"고 짧게 말했다.
정치적 발언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보수진영 단일화 여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제가 지금 말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박 전 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은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이후 성사됐다. 유 의원은 지난 28일 대구 동성로 집중유세에서 "반드시 박 전 대통령을 모시고 시민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대구 시민은 위대한 DNA를 가진 시민들"이라며 "이 나라가 힘들 때마다 대구가 중심이 되어왔다"고 말했다.
유세 현장에서 함께했던 김문수 후보도 "박 전 대통령이 서문시장에 나오신다면 시민들이 굉장히 감동하실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의 등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라 대통령이 되셨지만 탄핵으로 많은 것을 잃으셨다"며 "대구 시민들이 꼭 다시 뵙고 싶어하신다"고 전했다.
서문시장 방문 현장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입장이나 선거 관련 발언은 하지 않았으며, 시민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맞잡는 데 집중했다. 인파가 몰리자 경호 인력이 동선을 유도하며 현장을 관리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가능한 한 많은 시민과 직접 교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짧지만 굵었던 일정이 끝난 뒤 박 전 대통령은 서문시장을 떠났다. 주변 상인들과 시민들은 그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60대 남성 시민은 "대통령님을 이렇게 직접 뵙게 돼서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며 "김문수 후보가 꼭 박 전 대통령을 시민들 앞에 모시겠다고 하더니 정말 약속을 지켰다. 그 진정성이 느껴져서 이번에는 믿고 한 표 드리려 한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한 여성 상인은 "박근혜 대통령님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난다"며 "이렇게까지 모시기 어려운 분을 김문수 후보가 나서서 모셨다는 거 자체가 대구 사람들 마음을 헤아린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시민은 "김문수 후보가 유세에서 박 전 대통령 이야기를 할 때부터 기대하고 있었다"며 "정치적으로 떠나서 사람에 대한 의리와 예우를 지키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 후보라면 나라 맡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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